황진영 경제부 기자
이들의 고단해진 삶은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노조가 “공무원들을 서둘러 세종시로 내몬 책임자를 처벌하라”라며 7일 발표한 성명에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부처 이전과 신규 주택 입주 시기의 괴리로 엄동설한에 집 없는 공무원을 양산해 이산가족을 만들었다. 집을 구하지 못한 공무원들은 하루 3시간 이상을 출퇴근에 허비해 신체와 정신이 피폐해졌다”라는 노조의 주장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5000여 명의 공무원이 세종청사로 왔지만 세종시로 이사한 사람은 많지 않다.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에 입주한 6000여 가구 중 수도권에서 옮겨 온 집은 1000여 가구 정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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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사람들도 고생은 마찬가지다. ‘청사 어린이집이 준비가 덜 돼 아이를 서울로 돌려보냈다’라는 얘기가 나오면 아이가 없는 사람들까지 자기 일인 것처럼 분개한다. 올해부터 직급에 관계없이 한 달에 20만 원씩 지급되는 ‘세종시 수당’으로 위로가 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출퇴근과 주거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한철수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세종시에 와서 보니 가장 걱정되는 게 정보의 단절”이라고 했다. 서울에 있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세종시는 ‘정보의 섬’이라서 그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도 각종 정보가 모여 만들어질 때 효과가 큰데 여기서는 공무원끼리 ‘동종교배’만 하다 보니 정책의 질이 떨어질 개연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업무 효율도 당연히 떨어졌다. 장관이 회의, 행사 참석차 서울에 가면 관련 보고를 해야 하는 국·실장들도 따라 상경하느라 자리를 비운다.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과 행정 비효율은 예견됐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만든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라며 국회가 수정안을 부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도 박 당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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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경제부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