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혼자 아이 돌보는 상황 피하고 가족과 고민 함께 나누게 배려해야
얼마 전 부산의 30대 여성이 두 달 된 아들을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 종일 우는 아이에게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의학계가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김 씨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학자들은 “산후우울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후우울증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병리 현상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출산 후 우울함을 느끼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전체 산모의 85%가 기분이 침체되고 식욕이 떨어지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증상을 경험한다. 보통 출산 후 2, 3일에 시작해 1주째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2주째에 사라진다. 이는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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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에 빠지면 증상은 심각하다. 아이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한다. 아이를 해치는 상상을 하거나 심지어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산후우울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산후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산모 4명 중 1명꼴(25%)로 산후우울증을 경험한다는 조사도 있다.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도 산후우울증의 ‘고위험군’이다.
출산 후 가벼운 우울 증세와 산후우울증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남편이나 가족이 산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도록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엄마 혼자서 아이를 보살피게 하는 상황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산모 역시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솔직히 털어놓는 게 좋다. 증상이 심각하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수영 제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정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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