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기증 위해 태국서 오고… 수술비까지 기증하고…
새해 시작과 함께 나눔 선물 2개가 배달됐다. 사랑의 의미를 잘 보여 준 이 선물은 맹추위도 녹일 만큼 훈훈한 감동을 전해 주고 있다.
○ 신장 기증을 위해 날아오다
신장 기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영신 씨는 “기증의 꿈을 이루게 돼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5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갱년기와 함께 골다공증으로 이 씨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그 때문에 “50대가 되면 하겠다”라며 고등학교 때부터 마음먹었던 신장 기증의 꿈도 실현이 어려웠다. 하지만 꾸준한 치료와 운동 덕분에 이제는 기증이 가능할 만큼 건강이 회복됐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과 딸도 “한 생명을 살리려는 어머니의 뜻에 따르겠다”라며 응원해 줬다.
신장 기증에 대한 그녀의 꿈 뒤에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있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줄 곡식과 물품을 준비하던 모습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저에게 나눔의 뜻을 가르쳐 주셨던 아버지는 제 인생 최고의 멘토였죠.”
이 씨는 태국 현지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현지인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 활동을 해 왔다. 이 씨는 “현재는 50여 명의 이웃이 무료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신장 기증에 이어 후원금까지 전달한 문진 목사는 “피를 나눈 여동생이 생긴 셈”이라며 뿌듯해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여동생이 하나 생긴 것 아닌가요? 신장을 하나씩 나눠 가졌으니 피를 나눈 형제나 마찬가지잖아요. 처음부터 기증할 때 제 수술비는 제가 내자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문 목사는 28번째 결혼기념일이던 지난해 1월 16일 신장 기증을 신청했다. 신청서 양식 중에는 ‘동기’를 묻는 문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러 개를 체크해 나가던 문 목사는 ‘기타’란에 한 줄 적었다.
‘딸에게 나눔에 대한 좋은 교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직접 신장을 기증하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장기를 기증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그는 “내가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여동생’이 예정보다 일찍 퇴원할 정도로 회복이 빨라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