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수근씨가 1960년 설립한 회사, 부동산 침체로 추락… 법원 내주 ‘회생’ 여부 결정
공간건축이 설계한 건축물들. 왼쪽부터 경동교회(1982년 완공), 서울올림픽 주경기장(1984년), 서울중앙우체국청사(2008년). 공간건축 제공
4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공간건축은 지난해 12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2일 부도를 냈다. 법원은 다음 주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 건축설계의 거장인 고 김수근(1931∼1986)이 1960년 설립한 공간건축은 6·25전쟁 직후 황무지에서 한국 현대 건축의 토대를 닦았다. 김원 승효상 등 60대 이상 주요 건축가들의 절반가량을 배출해낸 산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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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공 건축물 수주가 어려워지면서 경영난에 시달렸다. 지난해 7월 자회사인 ‘공간사’에 매년 5억 원씩 지급하던 지원금을 끊어 1966년 창간한 국내 최고(最古) 종합예술전문지 ‘공간(SPACE)’이 폐간 위기를 겪기도 했다.
특히 최근 무리하게 뛰어든 리비아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중동 시장에서 용역 대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복합물류단지 개발사업에 참여했다가 설계비용을 받지 못하자 자금 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공간건축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550억 원가량으로 금융계는 추산한다. 공간건축 관계자는 “건설경기 위축 등으로 직원 월급을 제때 못 주는 대형 설계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건축사무소 1곳당 설계업무를 따낸 실적이 평균 3건이 안 된다”면서 “국내 건축사 1만여 명 중 60%가 한 해에 1건꼴로 설계를 맡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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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이진영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