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정치부 기자
#대전의 현안인 국가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용지 매입을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원 문제로 용지 매입비는 올해 예산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대전 지역에서는 “선거가 끝나니 이럴 수 있느냐”는 말이 터져 나온다.
#박 당선인은 투표 전날 사병 복무기간을 3개월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약을 이행하면 한 해 2만7000명의 전력 공백이 발생하고, 이를 부사관으로 메우려면 매년 수천억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군 부사관 확충을 위해 증액된 예산은 158억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은 자신들을 위한 공약이 미뤄지거나 폐기되면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더니 이럴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대선에서 다른 후보를 찍은 이들 사이에는 “어디 공약을 다 지키나 두고 보자”며 벼르는 움직임도 있다.
박 당선인이 당면한 ‘불편한 진실’은 예산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택시법은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이해가 극명하게 충돌하는 사안이다. 선거용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충분히 듣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거부권 행사 얘기까지 나오지만 “국회에서 합의한 내용에 덧붙일 말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그런 애매한 태도를 취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수위원회 기간에 공약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성과 비용 대비 효용을 따져 일부 공약은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후순위로 돌려야 한다는 것.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인수위에서는 일관성이 없는 공약을 바로잡고, 효용 대비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공약의 경우 점진적으로 하거나 범위를 좁히는 등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약이더라도 객관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지키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박 당선인이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택시법처럼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이더라도 필요하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