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일부언론 반발하자 “시험 유지하며 진로교육”혁신학교 6곳도 신규지정… 일각 “정책 소신 부족” 비판
문 교육감은 교육감선거 당시 ‘중1 시험 폐지’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이 공약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 여론이 중1 시험 폐지를 지지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는 듯하자 다시 ‘임기 내 추진’으로 선회했다. 또 일부 언론과 보수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졌다. 그러자 “일부 내용이 확대 해석됐다”며 한발 후퇴했다. 27일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선 “중 1때 시험은 있지만 진로탐색을 집중적으로 하자는 취지”라며 크게 물러섰다.
진보좌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정책이었던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하기는 마찬가지. 혁신학교는 현재 61곳이 지정됐고 6개교가 신규 지정을 신청한 상황이다. 문 교육감은 선거 기간 내내 “추가 혁신학교에 예산을 주기보다 당장 화장실 등 학교 시설부터 고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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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문 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 사과의 뜻까지 밝혔다. 선거 기간 ‘반(反)전교조’를 내걸었던 그는 “내가 한 얘기로 가슴 아파한 전교조 교사들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27일 조남규 전교조 서울지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 뜻을 거듭 확인했다.
이런 행보에 대해 문 교육감은 “이념을 초월해 모든 세력을 안고 가려는 통합의 제스처”라고 설명했다. 그의 측근은 “짧은 임기를 감안해 교육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했다.
한 해 집행하는 예산만 7조6000억 원가량. 교원과 일반직 공무원 5만4000여 명의 인사권도 쥐고 있다. ‘교육 소통령’으로까지 불린다. 그런 자리다 보니 새로 취임하면 업무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너무 신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측근들조차 “문 교육감이 구상하는 큰 틀이 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벌써부터 일선 교육청 직원들 사이에선 “일을 추진하기 힘들다. 교육감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다양한 세력의 신임 교육감 길들이기에 문 교육감이 말린 듯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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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