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일과 경협 강화
○ 송유관-철도 등 건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19일 베이징(北京)에서 보리스 그리즐로프 러시아 집권당 최고위원회 의장과 만나 “러시아가 내년 3월 첫 해외 방문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푸틴 대통령은 연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신뢰 관계가 역사상 가장 높다”라며 “핵에너지, 헬기 등 항공기 제조 분야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도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6월 중국을 선택했다. 양국이 한때 영토 갈등으로 동부 국경에서 전투까지 벌였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일본의 새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에 임하겠다”라고 말하는 등 쿠릴 열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과 다각적인 접촉에 나서고 있다. 영토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러시아 방문 준비를 위해 내년 2월 중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25일 극동 하바롭스크에서는 4739km에 달하는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ESPO) 2차 구간 개통식이 열렸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주 타이셰트에서 아무르 주 스코보로디노를 잇는 1차 구간(2009년 개통)에 이어 태평양 연안 코지미노 항까지 2000km의 송유관을 추가로 개통했다.
푸틴 동진정책의 커다란 목표 중 하나는 자원의 보고인 시베리아와 사할린 등의 극동지역 개발이다. 푸틴은 이곳에서의 경제개발을 통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군사력 경쟁의 ‘실탄(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러시아가 2020년까지 7700억 달러(약 824조 원)의 군사비를 투입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량, 차세대 전투기 사업, 핵잠수함 사업 등 국방력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원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푸틴 집권 이후 단행한 정부 조직 개편에서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푸틴의 극동 개발에 대한 야심을 보여준다. 극동개발부는 지난달 총 92개의 극동개발 사업목록을 작성했다. 동시베리아에서 채굴한 석유나 가스를 북한을 통해 한국이나 일본으로 수송하기 위해 북한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도 러시아 동진정책의 성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푸틴이 동진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아시아 팽창 및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태역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28일 “극동 개발 계획은 야심 차지만 자금 조달 등에서 어려움이 많아 얼마나 실현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러시아의 東進 역사… 1552년 시베리아 진출 300년 뒤 영토 8배로 ▼
러시아 역사상 첫 동진은 이반 4세 황제(재위 1533∼1584년) 때 시작됐다. 1552년 카잔을 점령하고 타타르 지역을 정복하면서 우랄 산맥 동쪽의 시베리아로 진출했다. 1628년엔 크라스노야르스크를 정복했다. 이반 4세 재위 첫해인 1533년 300만 km²였던 러시아 영토는 1630년 1000만 km²로 늘었다.
이후 1652년 바이칼호 지역을 합병한 데 이어 청나라와 네르친스크 조약(1689년)을 체결해 아무르 강 유역을 확보했다. 이어 1860년 베이징(北京) 조약으로 우수리 강 동쪽의 연해주 지역까지 얻었다. 태평양의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가 러시아에 편입된 것도 이때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