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우체국 금고털이에 경찰관이 정보 제공을 하고 현장에서 망까지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 경사는 방범 순찰을 한다는 핑계로 우체국 내부와 금고 위치를 촬영해 공범에게 전달했다. 물로 족적을 지우고 폐쇄회로(CC)TV에 래커를 뿌린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훔친 돈은 공범과 절반씩 나눠 가졌다. 김 경사는 2005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은행 현금인출기를 턴 뒤 이 사건 수사반에 투입됐다. 범인에게 수사를 맡겼으니 사건이 해결됐을 리 없다. 이에 비해 상인들에게 푼돈을 뜯는 영화 ‘투캅스’ 경찰들은 오히려 애교스럽다.
경찰이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0월 서울 이태원 떼강도 사건 때는 경찰관이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만들어 줬다. 이른바 ‘룸살롱 황제’와 경찰의 유착 의혹은 개인 비리를 넘어 특정 지역 경찰관이 무더기로 연루된 구조적 부패로 밝혀졌다. 한 지구대는 30여 개 유흥업소로부터 2년간 14억 원을 상납 받았다. 뇌물 받은 경찰이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성매매와 탈세가 버젓이 이뤄졌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부임 직후인 올해 6월 “고질적 내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시민감찰위원회’와 청렴지원담당관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감시를 스스로 끌어들여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고육책이었으나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여수 금고털이를 주도한 김 경사는 성인오락실과 유착한 의혹으로 내부 관리대상에 올라 있었는데도 이런 짓을 저질렀다. 경찰의 자정(自淨) 기능과 쇄신 의지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