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 ‘폭탄주 시리즈’ 확산… 뇌기능 장애 등 부작용 심각
○ ‘밤(bomb)’ 먹고 밤에 취한 10대들
1시간쯤 지나자 5명의 남녀 고교생은 얼큰하게 취했다. 게임을 하면서 신체 접촉도 거침없었다. 이들의 정신을 무장해제한 무색 액체는 보드카. 심모 군(17)은 “구하기 어렵지 않다. 보드카 덕분에 오늘 처음 본 여자애들에게 점수를 땄다”고 귀띔했다. 옆자리의 남학생은 “보드카에 에너지 음료를 섞으면 ‘뿅’ 간다. 소주보다 맛도 좋다. 여자애들도 잘 마신다”며 예찬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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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시리즈는 서울 강남과 홍익대, 이태원의 클럽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이제는 젊은이들의 주류(主流) 주류(酒類)로 자리를 굳혔다. 예거마이스터 700mL는 올해 이마트 양주 매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롯데마트에선 리큐어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밤 시리즈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10대들에게도 확산되는 추세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강남 지역 고교생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밤 시리즈를 마셔본 경험이 있다는 고교생은 12명. 한 달에 1회 이상 마신다는 응답자도 5명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만 15∼19세 176명을 대상으로 올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최근 1년 동안 폭탄주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5명 중 1명이었다. 박경모 군(16)은 “사실 반년 전만 해도 예거밤이 뭔지도 몰랐다. 이젠 예거마이스터를 구해야 ‘능력자’로 불린다”고 했다.
○ 밤 시리즈, 10대들에겐 독(毒)
부작용은 심각하다. 특히 10대에겐 치명적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체중 50kg인 청소년의 카페인 하루 섭취권장량은 125mg. 에너지음료 1캔만 마셔도 권장량을 초과한다. 술까지 섞어 마시면 불면증, 메스꺼움, 신경과민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뇌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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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에너지드링크의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다. 평소보다 훨씬 취해도 못 느끼게 만든다. 특히 청소년들에겐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10대들에게 밤 시리즈가 인기 있는 것은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12년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고교생 10명 중 8명이 손쉽게 술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판매는 청소년 음주를 부추기는 주범. 주세법에 따르면 민속주나 농민·생산자단체가 생산한 주류를 제외한 모든 주류의 인터넷 통신판매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인터넷쇼핑몰은 물론이고 인터넷 카페, 블로그를 통해서도 주류가 버젓이 판매된다.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전국적으로 이뤄진 주류광고에서 노출 횟수가 높은 상위 모델 22명 가운데 72%는 아이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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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