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번째 시즌 준비하는 LG 최고참 최동수-류택현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비활동 기간에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추운 날씨였지만 이들에게 휴식은 없었다. 아침 일찍 잠실구장에 출근한 두 선수는 20세 넘게 차이 나는 어린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1994년에 프로에 데뷔한 둘은 내년이면 정확히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같은 나이대의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은퇴한 가운데 이들만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내년 시즌 9개 구단 최고령 타자와 투수가 될 이들로부터 ‘장수 비결’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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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후 최동수는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시즌이 거의 없었다. 주전이 빠졌을 때 그 자리를 메우는 백업 선수가 그의 위치였다. 그가 붙박이 1군 선수가 된 건 30살이 넘어서였다. 3할 타율을 친 2007년은 그의 나이 36세 때였다.
그는 “잘 알다시피 난 스타 선수들에 비해 재능이 모자란다. 그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았다. 운동을 쉬면 스스로 너무 불안해 쉬지 않고 운동을 해 왔다”고 했다. 그는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전 LG, SK 감독)으로부터 “내 훈련을 따라오는 유일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해 타율 0.278에 1홈런, 37타점을 기록한 최동수는 “내년 시즌도 내 목표는 ‘풀타임 출장에 3할 타율’이다. 대타 요원이라고 설렁설렁 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육체가 한계에 부닥칠 때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을 것”이라면서 “유니폼을 벗기 전에 희로애락이 묻어있는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는 게 꿈”이라고 미래 소망을 밝혔다.
○ 류택현 “도망치는 순간이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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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택현은 “장수 비결이 그리 특별하진 않다.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며, 부상 방지를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스트레칭을 더 열심히 하는 등 선수로서의 기본을 지켰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타자들을 압도할 구위는 아니지만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마운드에서 도망치며 창피를 당하는 순간이 끝이다. 부족하나마 내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한 타자라도 잡아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둘은 똑같은 대답을 내놨다. “특별하진 않지만 내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