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전력 ‘빨간불’ 당진화력발전소 가보니
식당 갈 틈도 없이… 당진화력본부 5·6호기 중앙제어실 근무요원들이 17일 제어실에 식판을 놓고 급히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한시라도 제어실을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식당에 가지 못하고 이렇게 ‘밥 배달’을 받는다. 당진=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운전원 체험을 해 보기 위해 17일 충남 당진시 석문면 당진화력발전소에 들어서자 이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동서발전의 신동복 차장이 말했다. 예비전력이 256만 kW로까지 떨어질 거라는 전력예보가 나온 날이었다.
○ “발전소 고장 악몽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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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전원과 함께 기자는 발전소 안팎으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들어선 배관에서 물이나 기름이 새는 곳이 없는지, 배관을 둘러싼 보온재와 열선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폈다. 4조 3교대로 일하니 하루 6차례씩 배관을 점검하는 셈이다.
겨울에는 배관이 동파(凍破)할 우려가 있어 운전원들은 잠깐이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혹한에는 냉각수로 쓰는 바닷물도 얼어붙는다. 안준근 발전파트장은 “운전원들은 종종 발전소의 고장 난 곳을 찾아 밤새 헤매는 악몽을 꾼다”고 말했다.
○ 정비부서도 24시간 긴장
“저기 원통 옆면에 옴폭 파인 부분 보이죠. 원래 평평했던 곳입니다. 석탄을 갈다 보니 닳아서 저렇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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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감독과 같은 정비부서 근무자들은 ‘전화 공포증’에 시달린다. 밤이건 낮이건 발전소에서 전화를 받으면 만사 제치고 뛰어와야 하니 업무가 끝난 뒤 술자리에서도 전화가 오지 않나 버릇처럼 확인한다. 회사 전화번호가 찍히면 ‘큰 고장이 난 건 아닐까’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한다. 실수로 기기가 멎으면 발전소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는다고 한다. 한 직원이 “홈경기에서 일본에 0-5로 진 국가대표 축구팀을 떠올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 식사도 제어실에서 식판으로
“지난해나 올해 여름엔 전력거래소의 ‘상향 출력’ 지시가 한 번도 없었는데 올겨울에는 지난주에 이미 한 번 받았고, 앞으로도 여러 번 더 할 것 같아요. 전력 사정이 그렇게 안 좋아요.”
모니터 수십 개가 있는 5·6호기 제어실에서 정남교 당진화력본부 발전부장이 이렇게 설명했다. 화력발전소의 상향 출력은 자동차의 과속운전과 비슷하다. 기계에 무리를 줄 것을 각오하고 2시간 정도 100%를 넘는 출력을 내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전기를 더 생산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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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반 요원들과 함께 식판을 앞에 놓고 화면을 지켜보며 식사를 했다. “11시 45분부로 전력수급 경고 ‘준비’ 단계를 해제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비로소 수저를 든 요원들의 손에 여유가 생겼다.
당진=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