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재미있어야 교실이 살아난다” 전국 창의경영학교 곳곳 결실
학생들은 캠프에 들어가기 전에 주제를 정한다.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준비할 내용도 많다. 끝나면 평가도 받는다. 전북제일고 학생들이 올해 여름 진행된 영어 캠프에서 조별로 발표를 하는 모습. 전북제일고 제공
그러던 아이가 달라졌다. 집에 오면 수학 문제와 씨름하느라 바쁘다. 가끔 ‘피타고라스의 정리’ 어쩌고 하면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물어봐 부모까지 땀을 뻘뻘 흘리게 만든다. 전북 군산 미성초등학교에 다니는 영탁이(가명·11) 얘기다. 10개월 만에 벌어진 변화. 무슨 일이 있었을까.
○ 놀면서 수학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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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은 서울 강남이 아니다. 유명 학원도, 고액 과외 교사도 없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공부하라고 들들 볶은 적은 더더욱 없다. 오히려 쉬엄쉬엄하라는 얘기를 더 자주 한다.
아이가 스스로 수학 공부에 빠진 이유는 간단하다. 미성초가 올해부터 운영하는 선진형 수학교실 덕분이다.
학교는 올해 초 교실 2개를 활용해 ‘미성수학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공식 암기 위주 학습에서 벗어나 수학의 기본 개념, 원리 이해에 초점을 맞춰 창의적인 사고력을 길러주겠다는 학교의 포부가 녹아 있다.
그래서일까. 말이 교실이지 실제론 놀이방에 가깝다. 아이들은 갖가지 도구와 44종에 이르는 수학 보드게임을 즐기며 수학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낀다. 영탁이 역시 구슬 퍼즐과 도미노 게임을 하면서 수학을 좋아하게 됐다. 수학 CD 등 각종 영상물과 200권 이상의 책도 가져다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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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정규 수학수업 진행 방식도 확 바꿨다. 다양한 교육책자와 교구를 활용해 창의력을 키운다. 학생별 맞춤형 학습 관리도 주요 과제.
교사의 자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교사들은 올해 5, 6월 수학 수업 연수를 받았다. 교사 수학동아리도 생겼다. 이 학교 김봉모 교장은 “학년별 ‘미성수학공책’ 만들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 곳도 교사 동아리”라며 웃었다.
군산 미성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나무 블록을 쌓으며 몸으로 수학을 배우고 있다. 수학교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길러준다. 미성초 제공
학교가 이렇게 의욕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교장과 교사, 학생들의 높은 의지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요소 하나, 바로 창의경영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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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초의 경우 올해 초 교육과정혁신형에 선정됐다. 붕어빵같이 획일적인 학교에서 벗어나자는 취지. 일반 학교에서도 특수목적고 못지않게 수학, 영어, 과학, 체육 등의 분야를 특화해 수업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전북제일고는 지난해 창의경영학교로 뽑혔다. 영어 교육 모델이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학교 내부에서조차 “결국 영어과만의 전시성 사업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학교는 일단 인성 교육과 학력 신장을 동시에 이룬다는 큰 틀을 짜고 전략기획팀을 구성했다. 운영 방안을 고민하는 한편 교사 협의회, 학부모 워크숍 등을 열어 세부 전략도 짰다.
그렇게 마련한 방안 중 하나가 영어 교과교실제다. 학생이 수준과 흥미에 맞춰 교실을 선택해 영어 수업을 받는 방식이다.
멘토링 프로젝트도 좋은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 영어에 재능이 있는 멘토 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 가운데 한 명(멘티)을 선택해 도움을 준다. 학교는 1년에 3번 모범적인 멘토-멘티를 선정해 상을 수여한다.
9월에 이 상을 받은 멘토 김태영 군은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학교에 웃음소리가 커졌다. 친구 사이가 돈독해졌다”고 했다. 멘티 조아형 군은 “아무래도 학교 친구다 보니 공부하기 편하다. 영어 공부가 재밌어졌다”면서 웃었다.
학교는 7월 9일을 친구데이(79 day)로 지정했다. 이날 전교생은 ‘친구와의 우정’을 주제로 영어편지를 쓴다. 야외 활동을 하면서 영어 실력을 늘리는 창의영어캠프 역시 학교의 자랑 가운데 하나.
학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최근 학교 영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영어 교육 활동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59%. ‘보통이다’는 35%, ‘그렇지 않다’는 6%에 그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