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재무장관회의 합의 이르면 2014년 상반기부터 부실은행에 직접 자금 지원 유럽 은행연합 구축 탄력… 그리스에 343억유로 곧 지급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EU의 경제적 통합을 가속화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재정건전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권역 내 대형은행에 대한 단일 감독권을 ECB에 부여하는 데 합의했다.
EU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바소 시알리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은행 단일감독 체제는 유로존이 추구하는 ‘은행연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유럽의 단일은행 체제인 은행연합을 향한 큰 진전을 이뤄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10월 EU 정상들은 내년 중 유로존의 단일 은행감독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감독 대상 선정 기준과 권한, 실시 시기 등은 확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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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통합 감독 체제가 마련되면 ESM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회원국을 거치지 않고 금융위기를 겪는 은행에 직접 구제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개별 국가의 은행 위기가 해당 국가의 부채 위기로 번졌던 최근 스페인의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ESM이 직접 부실은행에 자금을 제공하면 지원금이 정부 부채로 쌓이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 감독에 대한 공동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유로존 은행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대출금리를 낮추는 부수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합의는 유로존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가 한발씩 물러나면서 가능했다.
당초 프랑스는 유로존 내 6000여 개 은행 전체에 대해 내년 1월부터 감독에 들어가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독일은 유로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은행 20여 개를 대상에 넣자며 반대했다. 내년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기민당 정부는 독일은행연합으로부터 “감독 대상 은행을 최소화해 달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이번 합의로 독일의 중소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정치적 부담을 덜었다.
의무적인 감독을 받는 은행은 유로존 내로 한정되지만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영국 등 나머지 EU 10개국은 선택적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금융 산업이 주력인 영국은 유로존 은행연합 제도가 EU 개별 회원국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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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내년 3월까지 그리스에 총 491억 유로를 구제금융 차기 지원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 중 343억 유로가 수일 내에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