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여성동아 팀장
11월 30일 마감한 여성동아와 한국토지주택공사 공동 주최 ‘이야기가 있는 집’ 에세이 공모전에 874편의 글이 접수됐다. 대한민국 전국 곳곳에서 또는 해외에서 날아든 수백 편의 사연을 차곡차곡 챙기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고 콧등이 시큰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도대체 집이 뭐기에 한 사람, 한 가족의 삶을 이토록 쥐락펴락하는 걸까.
달동네, 단칸방에 예닐곱 식구, 아침마다 긴 줄을 서야 하는 공동화장실은 그리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시절은 다 같이 못사니 가난이 가난인 줄도 몰랐다. 화장실만이라도 한 지붕 아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꿈이 실현되는 순간, 햇빛 한 줌이 아쉬운 지하에서 곰팡이와의 사투가 기다린다. 빗줄기가 조금만 굵어져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지하 생활자들의 꿈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주택청약통장을 품고 높이높이 올라가는 아파트를 바라볼 때가 차라리 행복했던 것일까. 임대아파트나마 하루아침에 쫓겨날 일 없으니 내 집이라 안심하고 발 뻗고 잔 것도 잠시. 사업 실패, 빚보증, 도박, 이혼, 질병, 죽음 같은 불행의 쓰나미가 덮친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개미처럼 아끼고 모아도 어느새 전세금은 훌쩍 올라 저만치 달아나 있다.
“저에게 집이란 추운 겨울과 같습니다. 겨울은 춥고 배고픈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이 겨울을 이겨내야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집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고 아픕니다. 동시에 이 아픔을 이겨내고 참아내서 꼭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오기도 생깁니다. 언제쯤 집 걱정 없이 편하게 내 집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꼭 이 겨울을 이겨내서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심사가 끝나지 않은 공모전의 사연을 성급하게 공개하는 이유는, 며칠 뒤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는 어느 분이든, 이들의 가슴 시린 사연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서다.
김현미 여성동아 팀장 khm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