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힐링 속으로… 선암사 2박3일
“눈을 감고 배가 나오고 들어가는 것에만 집중해 보시게.” 스님의 주문에 따라 명상을 하는 시간. 아무 생각도 말고 오로지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데…. 쉽지는 않았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자꾸만 눈을 뜨고 싶었다. 선암사 제공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전남 순천행 KTX를 타고 노트에 적었다. 버리고 싶은 것, 생각하고 싶은 것들….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걱정이 든 건 순천역에서 내려 1번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서 내린 뒤였다. 산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나 혼자 온 거면 어떡하지?’
템플복을 입고 고무신으로 갈아 신고 처음 마주했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등명 스님이 “절에서는 말을 삼가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름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묻는 기자는 답답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입을 다무니 오로지 내 마음에 관심이 기울여졌다.
저녁 공양 시간도 조용했다. “먹는 것도 수행의 일부”라던 스님의 말에 따른 것. 밥 한 톨,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적게 담았는데도 배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저녁 예불을 한 뒤 스님 방에 모였다. 수백 년간 자생해온 야생화 잎을 따다 스님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들 앞인데도 다들 입을 열었다.
다음은 대웅전 108배. 번뇌를 없애기 위함인데 못난 기자는 속으로 하나둘 숫자를 셌다. 20개쯤 하니 근육에서 신호가 왔다. 하지만 이내 마음은 편안해졌다.
다음 날 아침, 편백나무 숲을 걸었다. 정공채 시인이 이렇게 노래했던가. “때로는 멀리 산중에나 들어/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귀를 씻어야 하겠다.”
번뇌를 없애기 위한 염주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날 밤에도 108배는 이어졌다.
세 번째 날 아침에는 발우공양을 했다. 그릇을 헹구는 것부터 시작해 식사를 마치고 물로 그릇을 닦아 남은 찌꺼기를 모두 먹기까지 1시간 40분가량이 걸렸다. 평소 과하게 먹고 남겼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원래 체험형은 3박 4일이지만, 기자는 하루 일찍 나왔다. 떠나기 전 스님이 말했다. “그저 환하게 살면 된다. 자네가 꽃만 피우고 있으면 열매를 맺는 건 주변 사람의 몫이네. 즐겁게 사시게.” 눈물이 날 뻔했다. 항상 지키고 싶었던 건데 잘 안됐다. 주변 사람과 상황 탓도 했다. 스님은 “내려가면 지금 마음은 잊어버릴 수 있다”고 했지만, 꼭 기억하리라 다짐했다.
“편히 쉬고 갔으면 됐지, 어쩌자고 일을 만드는가?” 템플스테이 체험기를 기사로 쓴다며 10일 스님에게 전화를 하자 돌아온 말이었다. 사실 계획에 없던 거였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우연히 선배가 보고 권유했다. 스님은 기자를 나무랐지만, 이 글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음이 시끄럽고, 선뜻 떠날 생각을 못하는 누군가에게.
선암사 템플스테이(061-754-6250)
체험형 3박 4일, 매월 둘째 넷째 주 월∼목요일, 15만 원(2박 3일도 가능)
휴식형 1박 2일, 언제나, 성인 4만 원, 청소년 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