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결승 제1국초반 대마 몰리는 위기… 바꿔치기로 흐름 돌려놔
끝내기는 역시 구리 9단의 약점이었다.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이세돌 9단에게 반집을 졌다. 이 9단은 특유의 승부 호흡으로 초반의 불리함을 딛고 극적인 반집승을 거뒀다. 사진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복기하는 이 9단(오른쪽).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9단은 내게 ‘길을 안내해준 사람’이다. 2004년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에서 2-1로 지고 ‘이렇게 강한 상대가 있구나’라는 느낌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구리 9단)
2012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를 하루 앞두고 10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 상하이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두 기사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서로 호적수이면서, 스승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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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두 기사는 올 하반기부터 성적이 좋아졌다. 이 9단은 박정환 9단에게 내줬던 랭킹 1위 자리를 5개월 만에 되찾았고, 춘란배와 명인전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구 9단도 아한퉁산(阿含桐山)배에서 우승하고, 중국 갑조리그에서 충칭(重慶) 팀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두 기사는 연말 삼성화재배에서 올 한 해 돌풍을 몰고 온 1990년대 출신 기사들을 이기며 정상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11일 오전 10시 시작된 결승전 1국. 흑을 쥔 구 9단은 탄탄한 포석으로 판을 꾸렸으며, 이 9단은 특유의 승부 호흡으로 싸움을 걸었다. 이 9단은 초반 대마가 몰리는 위기를 맞았으나, 바꿔치기로 유리한 흐름을 만들었다. 막판 두 기사는 피를 말리는 반집의 미로를 헤맸다. 패가 승부처였는데, 이 9단은 팻감을 많이 만들어 구 9단이 패를 걸어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결국 이 9단의 반집 승. 두 기사는 1시간 넘게 복기를 계속했다. 구 9단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결승 2국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상하이=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