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다국적 직원 채용… ‘거꾸로 생각’ 적중
NHN재팬의 스마트폰 메신저 ‘라인’이 8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으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도쿄 시부야의 NHN재팬 본사 로비와 대화에 사용해 감정을 나타내는 스티커(아래). 도쿄=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지난달 도쿄 시부야 역을 지나는 지하철에서 만난 한 젊은 여성은 친구들과 이렇게 인사하며 손을 흔들고 열차에서 내렸다. 원래는 ‘덴와시테(전화해)’ 또는 ‘메루시테(e메일 보내)’라는 인사를 나눈다고 했다. 마치 미국에서 ‘검색해봐’라는 말보다 ‘구글해봐’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는 것처럼.
‘라인’은 네이버를 서비스하는 NHN의 일본 지사인 NHN재팬이 만든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다. 무료로 문자메시지와 음성·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이 앱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하다. 차이라면 대부분의 사용자가 한국인인 카카오톡과 달리 8000만 명이 넘는 라인 사용자의 절반은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절반은 대만,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다. 카카오톡 탓에 한국에서만 별 인기가 없다.
○ 부족해야 풍족해진다
모리카와 아키라(森川亮) NHN재팬 대표는 “당시 지진 상황에서 두 가지를 배웠다”며 “첫째는 ‘가까운 사람들’과 연결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는 이를 ‘스마트폰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일종의 공개적인 수다다. 사생활 보호에 민감한 일본인들이 친한 사람들과 나누는 사적인 대화로 이런 서비스를 쓰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또 이런 서비스는 미국에서 PC 위주로 개발된 것이라 휴대전화로 e메일과 인터넷을 주로 쓰던 일본인에겐 사용법도 쉽지 않았다.
라인은 그런 틈을 파고들었다. 친한 친구 외에는 웬만하면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일본인의 특성에 따라 전화번호 중심으로 친구를 맺는 라인은 사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됐다. PC는 생각하지 않고 스마트폰용으로만 개발한 덕분에 사용법도 쉬웠다.
라인의 시작은 ‘일본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라인이 세계로 확산된 건 NHN재팬의 독특한 문화 덕분이었다. NHN재팬은 일본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한국 기업의 일본 지사라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의 젊은 인재들이 작은 회사보다는 이름이 알려진 자국 기업 또는 글로벌 대기업에 취직하려 했기 때문이다.
모리카와 대표는 거꾸로 생각했다. 일본인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일본에 사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채용해보자는 것이었다. NHN재팬에는 이런 독특한 채용 정책 덕분에 일본인 외에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프랑스인 멕시코인 개발자들이 200명 이상 일하고 있다. 이런 다국적 직원은 NHN재팬 전체 인력(약 1000명)의 20%가 넘는다. 모리카와 대표는 “한 번 외국인 직원이 많이 일하는 회사로 소문이 나자 자연스럽게 ‘매력적인 직장’으로 소문나 외국인 입사 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라인은 지난해 3월 지진 이후 처음 개발 아이디어를 낸 뒤 3개월 만인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외국인 직원들 덕분에 동시에 영어 서비스도 시작됐다. 아무런 해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초기부터 중동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타이어 터키어 등을 포함해 8개 국어로 서비스된다. 또 직원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일본 기업에서 일반적인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의사결정 구조도 일찌감치 사라졌다.
NHN재팬도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NHN은 2000년 한게임재팬을 설립하면서 일본에 진출했지만 게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2007년 자회사 네이버재팬을 세워 검색시장에 도전했지만 이 또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NHN재팬은 “미래는 SNS에 있다”며 현지 포털 ‘라이브도어’를 인수했지만 역시 별 성과가 없었다.
모리카와 대표는 “단순히 일본 1위를 하는 게 아니라 NHN을 아시아 대표 인터넷 기업으로 만드는 데 NHN재팬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