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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7월 싸이와 첫 인터뷰 문화면 옹색한 자리… 한달뒤엔 “인터뷰만 해오면 당장 1면 톱감”

입력 | 2012-11-27 03:00:00

‘강남스타일’ 취재 5개월째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맑음. 안녕, 스타일. 트랙 #0 locofrank ‘Survive’(2008년)




13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마돈나가 말이 될 줄이야. 말도 안 돼. 동아일보DB

솔직히 말하면 난 ‘강남스타일’을 16번쯤 들었다. 뮤직비디오는 세 번쯤 봤다. 그런데 지금 그걸 8억 번쯤 듣거나 본 느낌이다. ‘×× 스타일’이란 제목의 곡은 이제 안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예민하다. 7월 16일. 싸이를 처음 만났다. 정확히는 ‘싸이’(본명 박재상·35)다. 이걸 주어로 한 기사를 너무 많이 써서 외웠다.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다음 날 싸이의 걸쭉한 입담과 야한 농담, ‘야설’은 그의 매니저 G가 운영하는 실내포차에서 제일 맛있는 ‘안주’였다. 오후 11시까지 술상머리에 수첩을 꺼내놨다가 싸이한테 혼도 났다.

그렇게 나눈 싸이와의 인터뷰를 기사로 쓰겠다고 했을 때 데스크는 왜 냉담했을까. ‘싸이, 살짝 한물간 거 아니냐?’ 4일이나 지난 20일자 문화면 하단에 3단짜리 옹색한 공간만을 내줬으니까. 한 달 뒤 데스크는 ‘싸이 인터뷰만 해오면 당장 1면 톱으로 세게 밀게’로 말을 바꾸게 된다. 어쩌라고.

2주 뒤 허핑턴포스트와 CNN이 ‘강남스타일 신드롬’을 보도했다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다. ‘웬 호들갑이냐. 기획사의 언플(언론 플레이)도 글로벌화되고 있나’라는 생각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온 건 8월 11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에서 해외 취재진 ‘떼’를 육안으로 확인한 뒤였다.

9월에 정말 사달이 났다. 스쿠터 브라운과의 계약. MTV 시상식 출연. 빌보드 싱글 차트 11위…. 미국을 말춤으로 휘휘 저은 그는 하필 내 생일(9월 25일) 새벽에 들어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월은 더했다. 10월 4일 밤 싸이의 서울광장 콘서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세종로 사거리 사무실까지 돌아오는 데 30분이 걸렸다. 마감 시간이 코앞인데. 압사의 위협도 느꼈다. 인파를 통제하지 못하는 경찰에 화가 났다. 2년에 한 번 내는 복식호흡 발성을 이때 써버렸다. “(경찰)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아침잠이 많은 내가 요즘 더 자주 지각하는 이유를 해명할 때다. 9월 말부터는 빌보드 싱글 차트 결과가 업데이트되는 수요일 밤마다 비상 대기에 들어갔다. 결과가 목요일 오전 1∼4시 언제 나올지 몰랐다. 자정부터 빌보드닷컴에 들어가 F5(새로 고침) 키를 3분에 한 번씩 눌렀다. 빌보드닷컴은 매주 화난 여친의 전화기처럼 도도했다. 같은 처지의 동료 기자들과의 동병상련이 유일한 위로였다. “너도 노트북 자판에 ‘F5’ 닳았냐. ㅠ” 빌보드닷컴에 대한 분노는 불면증으로 변질됐다.

신랑 G는 멋졌고, 신부 K는 아름다웠다. 해피엔딩, 맞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10월 10일 오후 11시에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로 달려갔다. 싸이와 김장훈이 만난다는 정보가 날아든 거다. 매니저 G의 ‘잠깐 저리 가서 담배나 피우면서 얘기하자’는 꼬임에 넘어가 둘을 만나지 못했다. 난 G를 거의 때릴 뻔했다.

‘강남스타일’을 향한 본의 아닌 짝사랑의 막을 드디어 내릴 때가 된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는 대개 결혼식 장면으로 끝난다.

25일 오후 싸이 매니저 G의 결혼식장에는 ‘등장인물’들이 고루 모였다. 불면의 밤을 함께한 기자들부터, 축가를 부르러 온 ‘장훈이 형’, ‘강남스타일’ 공동작곡가 유건형까지. ‘안녕, 스타일. 그러나 그동안 행복하거나 고맙지는 않았어.’

그런데. 안녕이란 역시 노랫말처럼 가장 힘든 말인가 보다. 테이블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는 G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신랑의 등 뒤로 다급히 외쳤다. ‘쿨’하지 못하게. 기자처럼. “G야! 미국 가서 싸이 만나냐? 일정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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