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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계산적인 똑똑이보다 솔직한 멍청이가 낫다

입력 | 2012-11-24 03:00:00

日교육현실 담은 ‘바보 대학과 멍청이 학생’




올해 10월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자 일본은 크게 흥분했다. 경제 위기, 영토 분쟁 등 어두운 뉴스만 전하던 신문들은 노벨상 수상 소식을 1면부터 시작해 대서특필했다.

노벨상에 관한 한 일본은 초강국이다. 지금까지 수상자는 19명으로 세계 8위. 한국은 1명(평화상·고 김대중 전 대통령)뿐이다. 일본인과 노벨상 이야기를 하면 한없이 작아진다. 중국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일본의 선전은 두드러진다.

왜일까. ‘교육에 답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교육 관련 책을 찾아봤다. 딱히 노벨상 강국의 해답을 알려줄 만한 책은 없었다. 그 대신 이색적 제목으로 눈길을 끈 책이 있었다. ‘바보 대학과 멍청이 학생’.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교육 분야 서적 랭킹 2위를 달리고 있었으니 상당히 많은 일본인에게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이 책은 대학 저널리스트인 이시와타리 레이지(石渡嶺司·37) 씨와 대학연구가인 야마우치 다이지(山內太地·34) 씨 두 사람이 썼다. 두 저자는 현재 일본 대학과 학생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다. 토익 100점대를 받은 학생, 트윗을 써서 시험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자랑하는 학생, 우수 기업에 입사하기로 내정된 학생, 글로벌 인재로 알려진 학생까지 대학 내 다양한 학생들이 등장한다.

대학들도 천차만별이다. 신입생을 더 많이 모집하기 위해 이름을 고치는 대학, 취재하러 갔더니 15명이 나와 응대하는 바보스러운 대학도 있다. 하지만 입학 때 능력의 편차가 큰 학생들을 재학 중에 능력을 갈고닦게끔 만들어 취직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대학, 소수정예 신입생을 뽑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는 대학, 국제화로 승부를 거는 대학도 있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모습들을 전달하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학생과 학교를 분석했다. 대표적인 것이 ‘알리바이 여행’과 ‘장기 유학’이다. 알리바이 여행이란 똑똑한 학생들이 하는 여행이다. 일본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점차 해외 경험을 중요시하다 보니 똑똑한 학생들은 해외여행을 짧게 다녀온다. 1년간 제대로 해외 연수를 하면 졸업 시점이 늦어지고, 취업에도 불리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짧게 해외 맛만 보고 와서는 이력서에 자신을 ‘국제적 인물’로 포장한다.

멍청한 학생은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는다. 눈앞에 재미있는 게 있으면 그냥 좋아서 한다. 예를 들어 숙제를 해야 하는데 친구가 놀자고 하면 그냥 뛰쳐나가버린다. 대학 시절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생각이 들면 장기 유학도 선뜻 나선다. 비효율적이다.

저자는 요즘 취업 시장에서 똑똑한 학생들보다 오히려 멍청한 학생이 더 대접받는다고 했다. 똑똑한 학생은 면접 때 모범답안을 이야기하지만 조금만 상황이 틀어지면 대응을 못한다는 것. 면접관도 점차 반복되는 모범답안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반면 멍청한 학생은 면접할 때도 마음 편하게 임한다. 특히 최근에는 면접관이 자기소개나 지원동기를 잘 물어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대신 면접이라기보다 잡담하듯 질문을 건넨다. 그게 지원자의 숨은 실력과 사회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 그럴 때 멍청한 학생은 융통성 있게 잘 대응해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분석이다.

책을 읽으면 저자의 주장과 논거에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대학과 대학생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구나’라며 대략의 모습을 파악하기에는 좋은 책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