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6층 회의실에서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회’의 세 번째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지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성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최우열 기자, 윤종구 정치부 차장, 박제균 정치부장, 김슬기 희곡작가,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유지담 위원장=그동안의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다른 신문들에 비해 지킬 건 지키면서 중도·중간에 서 있는 사람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게 하는 보도라고 총평할 수 있겠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에 대해 평가를 한 보도(22일자 A5면 ‘전문가 10인에 물으니… 文우세6:安우세3:무승부1’)는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어느 쪽이 우세한지 판가름하는 게 중요한 일인가.
▽김대환 교수=보도가 ‘누가 선거에서 이길 것인가’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 아닌가. 그것보다는 단일화를 하면 정책이 비슷하거나 같아야 하는데 토론을 보면 분명 차이가 난 점이 있었다. 단일화를 위한 정책적 유사점과 배치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춰야 했다고 생각한다.
광고 로드중
▽박제균 부장=대개 TV토론 후 평가하는 보도는 미국에서 많이 한다.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의 토론이 끝나면 바로 국민여론을 물어보거나 전문가들이 평가에 들어간다. TV토론은 국민들이 볼 텐데 이걸 그대로 지면에서 중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명의 전문가들에게 미리 던진 질문을 TV토론이 끝나자마자 오전 1시에 취합해서 기사화했다. 이 기사로 다른 신문들과 차별화를 했고 상당히 화제가 됐다. 독자의 관심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김성진 변호사=매일 1시간 가까이 신문을 보면서 동아일보 보도가 어느 후보 쪽으로 기울었는지 집어내려고 노력했는데 특별한 코멘트를 달 만한 때가 없는 날이 많았다. 그만큼 신경을 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청년실업과 일자리에 대한 기획기사(14일자 A1·4·5면 ‘대선후보 빅3, 본보 일자리정책 질문에 서면 답변’)에서 일목요연하게 정책적 쟁점과 차이를 볼 수 있었다. 반면 10월 15일자 A1면에 안 후보가 재벌개혁 공약을 발표한 기사를 실으면서 제목을 “전경련 ‘경제위기에 대기업 때리기 공약 안 돼’”로 달았다. 박 후보가 경제공약을 발표한 11월 17일자 A1면 제목은 “朴 ‘재벌개혁보다 공정거래’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로 돼 있다. 통상적으로 공약이 발표되면 정책의 주요 내용을 제목으로 삼는데 안 후보의 경우 그에 반발하는 재계 입장을 제목으로 단 건 이해하기 어렵다. 또 같은 달 13일자 A1면 “‘설레발’ 설익은 공약 남발 뒤 ‘오리발’ 문제되면 딱 잡아떼”라는 기사엔 문, 안 후보의 말 바꾸기 사례만 나와 있고 박 후보에 대한 사례는 없다. 그러면서 A3면에 이어진 기사에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의 사례가 나올 뿐이다.
▽박 부장=문 후보와 안 후보는 본인이 직접 말을 바꾼 게 있었는데 박 후보는 본인이 말을 바꾼 것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대선후보가 아닌 이 단장을 맨 앞 케이스로 앞세울 순 없어서 문, 안 후보 사례를 앞에 쓴 것이다.
▽김은미 교수=후보들 간의 정책공약 기획들이 많아서 좋았다. 이번 선거에선 후보들의 정책 차이도 있긴 하지만 그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문제다. 이 기회에 공약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헤쳐 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또 세 후보 간의 정책 차이를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 차이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차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지 정보를 좀더 받았으면 좋겠다. 또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룰의 전쟁 시작’ 등 스트레이트성 기사들의 말미에 박 후보 측의 비판적 코멘트가 항상 들어가면서 마무리가 된다. 그렇게 되면 단일화 전체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광고 로드중
▽김슬기 작가=동아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사가 너무 단일화 싸움에만 치우치는 것 같아 허무하다는 느낌이 든다. 젊은 사람 입장에선 어른들이 단일화 싸움을 구경하는데, 밖에서 그 어른들을 구경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13일자 ‘나는 유권자다’(A4면) 기획에서 문화·체육계 인사들의 대선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우 황정민 씨가 회사 법인카드를 회식자리에 쓰기보단 공연을 보는 데 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등의 사례가 눈에 띄었다. 연극협회 소설가협회 문인협회 등 단체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공약이나 바라는 점과 같은 목소리를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기사의 사소한 표현들을 독자들이 여과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박 후보를 묘사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자갈치시장을 찾는 등 접촉면을 늘렸고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는 표현처럼 호의적인 문장이 많았다. 문, 안 후보에 대해 이런 문장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잘 없었다.
▽유 위원장=10월 25일자 A1·2·3면 ‘네거티브에 빠진 대선-유권자는 정책대결을 보고 싶다’ 등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한 자세한 보도는 ‘네거티브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려주는 기획으로 아주 좋은 보도로 느껴졌다.
▽김대환 교수=정치혁신 문제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그것을 깨고자 하는 노력 가운데 굉장히 중요한 논쟁점이다. 그런데 정치혁신의 문제는 동아일보를 포함해 모든 언론이 가볍게 지나가 버렸다. 정치혁신 제안에 대해 기득권 정치세력이 “말도 안 되는 이슈고 철부지 같다”는 반격이 있었는데 근본적으로 한국 정치의 혁신안이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이템 나열과 단순비교가 아니라 심층적으로 실현 가능성과 논리적 일관성, 현실적 정합성을 짚어줘야 한다.
▽이 교수=정책검증을 하더라도 차이를 부각시켜야 한다. 캠프의 교수들이 만드는 비슷한 공약들 말고 후보가 직접 말한 정책을 다뤄야 한다. 또 단순히 캠프의 공약집을 분석하는 기사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차이를 부각시키는 방식의 보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독자들의 깜깜이 선거를 방지할 수 있고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게 한국의 방향이 달라지는지, 최종 선택을 하는 데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 동시에 후보 간에 합의점을 갖고 있는 공약이라면 어디까지 합의했다는 점도 보도를 했으면 한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그런 컨센서스가 있으면 그 기반을 갖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광고 로드중
▽이 교수=야권 내에서도 단일화가 기대했던 것처럼 시너지효과가 나지 않고 아름답기는커녕 어글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 제목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팩트는 팩트대로 봤으면 좋겠다.
▽유 위원장=‘감동 없는 단일화’라고 하는 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동 없는 드라마를 감동 없다고 써야지 있다고 써야 되나. 그런 걸 트집하는 건 한쪽에 치우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박 부장=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참 많았고 저희도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쭉 지켜보고 있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한다더니 서로 공격하고 욕하고, 이런 건 아니지 않나’ 하는 비판의식을 담은 것이다. 진보좌파 성향 신문에서도 비판적인 1면 제목을 뽑은 건 어떻게 봐야 할까.
▽유 위원장=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을 제대로 선출해야 하는데, 정치를 미워하면서도 또 같은 사람에게 찍어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야말로 반성의 계기로 삼아 정확한 판단으로 투표해야 한다. 동아일보 보도가 이런 국민들의 판단을 잘 이끌어 줬으면 한다.
정리=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