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서울교대 교수
걱정이 되는 것은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법과 원칙을 지키면 고지식하다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식으로 평가받는다. 가령 차량이 뜸한 길에서 빨간 신호등을 기다리다 보면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몰래카메라에서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어느 외국 시골길에 제작팀이 빨간 신호등을 설치하고 이를 촬영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차나 사람, 동물도 전혀 보이지 않는 시골길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빨간 신호등이 바뀌지 않자 운전자가 나와 신호등을 살펴보고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호등 고장신고까지 하는 모습을 봤다. 누가 보지 않는 어두운 방안에서도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스스로 지키는 신독(愼獨)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수도 서울 교육수장이었던 곽노현 전 교육감이 국고로 지원받은 선거비용 35억2000만 원을 반납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비교육적이고 잘못된 일이다. 그는 후보매수 혐의로 9월 27일 징역 1년의 대법원 판결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선거비용을 반납했어야 함에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법학자인 곽 전 교육감 스스로가 법을 어긴 것이다.
그가 선거비용을 반납하지 않는 이유가 상대 후보에게 2억 원을 ‘선의’로 줬고, 사후 후보매수죄의 위헌심판청구 결과가 헌재에서 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돈이 없어서인지는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법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자의(自意)에 따라 법을 해석하거나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적용할 때 법치는 무너지고 약속의 소중함은 약화된다.
곽 전 교육감을 비롯한 전 서울시 교육감과 후보의 선거비용 반환이 법대로 처리되기 위해서는 우선 당사자들의 교육자적 양심과 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요구된다. ‘무시하면 그만이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적어도 학생교육을 책임진 교육수장으로서 마지막 소명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곽 전 교육감은 3심을 거치면서 자신이 주장한 선의라는 무죄 주장이 판결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마당에 혈세마저 반납하지 않는 교육감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이참에 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 ‘국가 선거비용 보전금은 써버리면 그만이고 재산도 없으니 버티면 되더라’는 악습을 막기 위해 본인 명의 재산의 사전 명의전환과 같은 편법 차단, 국민혈세 미납부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등 좀더 강력한 제재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서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