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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형삼]이스라엘軍 파워

입력 | 2012-11-21 03:00:00


1967년 6월 5일 36만의 아랍 군대와 7만의 이스라엘군(軍)이 맞붙은 전쟁은 6월 10일 이스라엘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이른바 ‘6일 전쟁’이다. 폴란드 출신 저널리스트 리샤르트 카푸시친스키는 “이스라엘은 온 국민이 참전했고 아랍 국가는 군인들만 참전했다”며 정곡을 찌르는 관전평을 했다. 이스라엘 국민은 모두 전선으로 달려갔지만 아랍 참전국 중엔 전후(戰後)에도 전쟁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주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맹폭(猛爆)하자 이번엔 아랍 국가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다.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의 1인당 전비(戰費)는 아랍 병사의 3배였다. 훈련 전투력 장비의 수준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이를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로 설명한다. 민주국가는 병사들에게 닥칠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독재국가는 그것을 ‘재원 낭비’라고 여긴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납치된 병사 1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맞교환했다. “이스라엘군의 생명 가치는 계량화할 수 없다”는 원칙의 실천이다.

▷이스라엘은 아랍인과 정통파 유대교인을 제외한 18세 이상 남녀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 이 나라 아이들은 집과 학교에서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주장하도록 교육받는다. 그렇게 자라서 군인이 되니 군대 문화도 독특하다. 계급보다 자질과 능력을 높이 사고 초급장교와 현장 경험이 많은 병사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한다. 지휘관이 마음에 안 들면 대놓고 불만을 제기한다. 사병들이 투표를 해서 무능한 장교를 내쫓는다. 장병 간 불신이 작전 실패와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아이비리그는 대학이라기보다 ‘탈피오트’나 8200부대 같은 엘리트 군대다. 이름난 특공부대인 탈피오트는 뛰어난 인재들을 뽑아 첨단 과학과 작전을 접목시킨다. 엘리트 부대 전역병들은 군대에서 쌓은 기술과 인맥을 활용해 수천 개의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나스닥 상장 기업 중 이스라엘 회사가 유럽 전체 회사보다 많다. 이스라엘의 경제성장 비결을 담은 ‘창업국가’의 저자 사울 싱어는 “이스라엘군, 특히 공군 보병대 정보부대들이 이스라엘 하이테크 벤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