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레토릭에 숨은 진실 찾아라’ 수싸움21일 단일화 TV토론… 22∼24일 여론조사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1일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열기로 19일 합의했다.
양측 협상단은 이날 낮 12시부터 서울 시내 모처에서 안 후보 측이 마련한 단일화 룰 초안을 놓고 협상을 벌인 뒤 ‘선(先) TV토론, 후(後) 여론조사’에 우선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TV토론과 관련해 지상파 3사와 생방송 시간을 두고 협의하고 있다.
양측은 가능하면 TV토론 하루 전날인 20일까지는 단일화 룰 협상을 마무리하고 22∼24일에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26일이 후보등록 마감일이기 때문에 25일까지는 (단일후보가) 최종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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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가 화려한 레토릭(수사·修辭) 정치를 선보이고 있지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단일화 승리’를 향한 수 싸움이다.
양측이 TV토론 개최에 합의하면서 단일화 룰 협상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두 캠프의 실무협상단은 TV토론 이후 진행될 여론조사 방법과 ‘여론조사+α’를 두고 이날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TV토론을 지켜본 패널의 의사를 여론조사 결과에 포함시키는 시민배심원제 또는 공론조사 형태의 ‘+α’를 놓고 논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23일 지상파 방송 공동주최로 ‘국민과의 대화’를 가질 계획이다. 형평성 차원에서 문, 안 후보의 야권단일화 TV토론에 상응하는 토론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방송사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 “文, 단일화 방식 일임은 ‘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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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협상시한(25, 26일 후보등록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마당에 여론조사냐 모바일투표냐를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안 후보 측의 얘기다. 그것보다 여론조사의 질문 문항 같은 ’디테일‘이 중요한데 문 후보 측은 이건 협상사항으로 남겨뒀다.
안 캠프 관계자는 “아무것도 받은 게 없는데 문 후보만 통 크게 내준 것 같이 돼 버렸다”며 “문 후보가 ‘광’을 팔아도 세게 팔았는데 뒤집어 보니 ‘비광’이었다”고 푸념했다.
이 때문에 19일 안 후보 측은 “저희가 특별히 주장한 게 없기 때문에 양보 받은 것도 없다”(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 “통 큰 양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유민영 대변인)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安, 선의 포장한 지지율 회복 전략”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안 후보 강연의 단골 마무리 발언이다. 그런데 민주당을 불편하게 한 것도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내건 “민주당의 쇄신”이라는 ‘선의’였다. 문 캠프에선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전엔 민주당 쇄신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설명한 적이 없다가 정작 협상이 시작되고 판세가 불리해지니 ‘민주당이 구태정치를 한다’며 협상을 중단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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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 후보 측에선 “협상을 중단하면서까지 민주당 쇄신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해찬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민주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박 본부장)는 모호한 답변만 나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선의’란 단일화 협상 이후 무당파와 중도층의 이탈로 하락한 지지율 회복 전략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즉, 양측 모두 양보와 선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결국 서로에 대해 ‘상대방의 진심은 겉으로 드러난 배려가 아니라 나로부터 더 많이 얻어내려는 승부수’로 보고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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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길진균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