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등에 8월 입점한 영국 브랜드 ‘조말론 런던’과 ‘봉쁘앙’ ‘바이레도’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선전으로 올해 1∼10월 프리미엄 향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1%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4% 성장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롯데백화점 역시 향수 매출이 2010년 3.7%, 2011년 4.3%, 2012년(1∼10월) 16.1%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1년 새 수입화장품업계와 각 백화점이 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고급 향수를 속속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향수가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이 향수를 ‘구원투수’로 내세운 데는 불황과 중저가 화장품 선호 추세로 멀어진 고객들을 다시 유인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올해 향수 매출은 이달 1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했다. 가을·겨울 매장 개편을 통해 단독으로 도입한 ‘아닉구탈’ ‘르 라보’ 등의 향수 전문 브랜드와 샤넬의 ‘올팩티브바’ 등 향수전문 부티크 덕분이다. 다음 달 중순에는 디오르 퍼퓸 바도 들어선다.
향수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화장품업계도 소비자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LG생활건강은 13일 이 회사의 첫 향수 전문 브랜드 ‘스티븐 스테파니’와 ‘코드온’을 출시하고 향수시장의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웰빙’에서 ‘힐링’으로 옮겨가면서 경기 침체 등 사회·경제적 이슈로 높아진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요소로 ‘향기’를 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맞춰 5월 힐링형 한방 향초인 설화수 ‘윤조지향’을 내놓기도 했다.
가정용 방향제시장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애경에스티의 방향 소취제 ‘홈즈 에어후레쉬 크리스탈워터’는 2008년 출시 이후 매출이 매년 50%씩 늘고 있다. 이마트가 판매하는 방향제의 종류는 2년 전 100여 종에서 현재 150여 종으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는 아예 유명 향수 제조사 ‘피미니시’와 협업해 현대차 전시장 전용 향수 ‘챠밍블루’를 제작했으며 직영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으로 향수 비치 장소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쇼룸이 정신적 위안과 일상의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데 발맞춘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진·정효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