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라면 당장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가면 되지만 식물병원은 주위에서 찾기가 힘들다. 설령 있다고 해도 대규모 재배가들을 위한 전문 시설이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결국 집에서 식물을 기르는 이들은 식물의 주치의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식물 의사’가 될 수 있을까.
먼저 현재 우리가 주변에서 기르고 있는 식물 대부분은 다양한 기후 환경을 가진,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타향살이의 서러움은 건강을 해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병을 예방하려면 그 식물이 원래 살던 고향(원산지)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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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람이 정기적으로 종합검진을 받는 것처럼 식물도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물을 줄 때가 관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조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식물의 병충해도 간단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때는 식물이 아픈 이유가 해충 등 생물적 요인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햇빛 부족이나 저온, 분갈이 시기 경과 등 무생물적 요인에 따른 것인지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식물의 병충해는 적절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 쇠약해진 식물체에서 나타나는 2차 피해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나쁜 습관과 환경 탓에 생활습관병에 걸려 쇠약해진 다음에 치명적인 합병증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을 줄 때 줄기와 잎 사이, 잎 뒷면, 줄기 끝의 새순 등 약한 부위에 진딧물이나 응애, 깍지벌레 같은 해충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보자. 이런 해충도 조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물을 뿌려 털어버리는 매우 간단한 방식만으로도 없앨 수 있다. 해충이 많을 경우 난황유 또는 마요네즈액을 뿌려주면 예방 및 방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해충이 눈에 띄지 않는데도 식물이 아파한다면 곰팡이를 의심해보자. 곰팡이병은 미리 난황유를 뿌려주는 것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잎이나 줄기 중 일부에서 곰팡이 포자가 보인다면 그 부분을 잘라버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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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병은 가지치기를 할 때 사용하는 가위 등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식물에 따라 병반 부위만 잘라내도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식물 전체를 버리는 수밖에 없다.
식물을 기를 때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 병충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잘 자라지 못하던 식물을 자신의 노력으로 회생시키는 것이야말로 식물 기르기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이런 큰 즐거움을 위해 생활 속 수고로움을 피하지 말자.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