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근 교육복지부장
국민들, 과정보다 결과에 더 관심
발사체종합조립동과 나로호 본체에도 태극기가 보였다. 그 아래로 ‘대한민국 KOREA KSLV-Ⅰ’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발사장은 지휘소에서 직선으로 1.8km 떨어졌다. 이곳의 낙뢰방지타워(75m) 3곳에도 태극기와 함께 ‘대한민국 KOREA’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다. 나로호 발사가 국가적 사업임을, 한국 과학자의 자부심이 걸린 프로젝트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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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는 조용했다. 당초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3차 발사 직전엔 국내외 취재기자 127명과 방송의 카메라맨, 보조인력을 포함해 모두 911명이 북적였단다. 현재는 57명의 과학자가 지낸다. 센터를 둘러싼 산에선 군 장병들이 매복해 경계를 선다. 기자를 맞은 조광래 나로호 발사추진단장은 베이지색 점퍼, 하얀 운동화 차림이었다. 몇 가지 물었다.
―지금 심정이 어떠세요.
“안타깝죠.”
―(나로호의 문제를 지적한) 언론이나 정치권에 섭섭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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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의 계약이 불평등하다는 말이 계속 나왔죠.
“계약은 적절한 선에서 주고받는 겁니다. 양국 의회가 비준을 두 번이나 했는데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계약은 있을 수 없잖아요.”
―이번엔 잘될까요.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라 조심스럽지만 이달 내, 어떤 결과가 나오고 마무리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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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위험하잖아요. 노가다 많이 해야죠.”
로켓은 반도체, 조선과는 차원이 다른 분야다. 반도체나 조선은 관련 정보와 기술이 상당히 알려졌고 전문가가 많지만, 로켓은 그렇지 않다. 부품만 해도 나로호는 15만 개나 된다. 로켓 발사를 ‘거대복합체계종합기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조 단장은 요즘 주말을 센터에서 머문다. 산책하면서 많은 생각에 잠긴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는 사업, 당분간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을 사업, 비판이 계속되고 감사와 점검과 조사가 잇따를 사업. 연구진이, 후배들이 잘 버텨낼지 걱정이라며 이렇게 얘기했다.
성패 관계없이 ‘꿈’은 계속돼야
“한국이 고도로 압축성장을 했던 나라니까, 과학기술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세월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거쳐야 할 과정을 조금 덜 하면, 실패는 2, 3배 많아집니다. 지금은 그걸 깨닫는 과정입니다. 시행착오를….”
그의 소회에서 ‘과정’이라는 말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사실 정치권과 언론을 포함해 온 국민이 나로호 발사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나로호 발사의 성패와 상관없이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은 계속돼야 하기에. -고흥에서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