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걸이 세탁기 ‘미니’ 디자인한 대우일렉 이혁진 책임연구원
세계 최초로 벽걸이 세탁기를 개발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이혁진 책임연구원은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놔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제공
―세탁기를 벽에 건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어떻게 얻은 아이디어인가.
“처음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출발했다. 연구소에서 다 같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세탁기가 있어서 불편한 점이 뭔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인지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덩치가 커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한 번 돌리려면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세탁물을 넣고 뺄 때마다 몸을 굽혀야 해서 허리가 아프다’ 등등. 그러다가 누군가 농담처럼 ‘공중에 매달아 버리면 어때?’라고 말했다. 다들 깔깔 웃다가 ‘그래, 그럼 한번 매달아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공중에 띄워놓기는 어려우니까 벽에 달아 보자는 쪽으로 얘기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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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각했던 크기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모형을 만들어 주부단의 평가를 거쳤다. 이 정도로는 빨래를 너무 자주 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크기를 키워서 다시 물었다. 벽에 걸었을 때 지탱되는지를 보면서 소비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애썼다. 벽에 걸기에도 부담이 없고 어느 정도의 세탁물도 소화할 수 있는 현재의 형태(550×600×292mm·3kg)를 찾아내는 데만 1년 반 이상 걸렸다.
세탁기의 핵심인 모터를 만드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크기가 작고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면서도 3kg의 세탁물을 돌릴 수 있을 만큼 힘이 나와야 했다. 다양한 크기의 모터를 만들고 번갈아 돌려가며 힘과 소음을 측정했다. 모터의 크기를 조절해 가며 수백 번, 수천 번 실험을 반복했다.
벽에 거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어느 정도 모양이 갖춰지고 크기와 무게가 정해졌을 때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가옥 조사를 진행했다. 모인 자료를 토대로 여러 종류의 벽을 만들어 설치해 보고 완벽하게 고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식구 수가 적거나 어린아이가 있는 직원 가정에 실제로 설치해서 사용해 보도록 했다. 지지대와 벽 사이에는 4중 방진패드를 덧대 소음과 진동을 흡수하도록 했다.”
―세탁기를 벽에 매달아야 한다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어떻게 해소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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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확보하는 방법은….
“국내에서 대우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같은 시장을 두고 삼성이나 LG와 경쟁해야 하는데 상대가 막강하다. 그런 회사에서는 모델을 10개 정도 개발하면 그중 하나만 성공해도 대박이다. 이런 회사에서는 내놓는 모델이 워낙 다양해서 큰 부담 없이 여러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수 있다. 하지만 대우에서는 하나를 냈을 때 그 제품이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나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 제품을 하나 내놓으면 그것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절박함 때문에 제품 개발 시 아이디어를 미친 듯이 쏟아낸다.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수백 번, 수천 번 보완하고 검토해서 정말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도록 한다. 생존이 걸린 절박함, 이것이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기업이 디자인 경영으로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영진이 많이 알아야 한다. 최고경영진이 디자이너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디자인이 제품으로 연결될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다.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나와도 엉뚱하다고 내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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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6호(2012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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