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초등생 구하다 작년 9월 숨진 김택구 씨 가장 잃은 가족 생계 막막인천 동구, 아들 취업도와 “의사자 가족 보살피는 건 정부-지자체-이웃의 책무”
본보 2011년 11월 4일 A35면.
한창 일할 나이의 건장한 가장을 잃은 유족은 가정 형편이 더욱 어려워져 생계가 막막했다. 고인은 건설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 영수 씨의 어머니는 허리 통증으로 가사 외에는 특별한 일을 할 수 없었다.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구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현대제철에 영수 씨의 입사를 추천해 11월 초 취업을 성사시켰다. 의사자 자녀에 대한 취업 등은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관내 주민과 함께하려는 기업의 인식이 없었다면 쉬운 일은 아니다.
고인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라 양을 붙잡아 아들 영수 씨에게 넘겨준 뒤 다시 조 군을 구출하기 위해 헤엄쳐 나갔다. 영수 씨는 라 양을 이끌고 가까스로 선착장으로 올라왔지만 기진맥진한 나머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고인은 힘이 빠진 상태에서 급류를 이기지 못했다. 물에 뛰어든 지 20여 분 만에 탈진해 조 군과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씨와 조 군의 시신은 1m 떨어져 있어 끝까지 조 군을 살리려고 애를 쓴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목격자는 “김 씨는 왼팔로 조 군을 감싸고 남은 팔로 수영하면서 선착장으로 오려고 수십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급류를 이기지 못했다. 김 씨가 아이를 놓아두고 혼자 나왔다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갔다는 영수 씨는 “기절을 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마지막 사투를 돕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된다”며 “이제 아버지 대신에 가장으로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