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신화’ 이끈 김영찬 회장의 열정
골프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골프존을 창업해 스크린골프 열풍을 일으킨 골프존 김영찬 회장이 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골프 국가대표 연습장 개장식에서 자사의 골프 시뮬레이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실제 필드에서는 75타가 베스트 스코어인 김 회장은 스크린골프에서는 4언더파를 기록한 적이 있다고 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는 “당시 전국에 실내연습장이 3000개쯤 있었다. 연습용 골프 시뮬레이터 게임을 만들어 팔면 그럭저럭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창업 당시 직원은 그를 포함해 단 5명이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조그만 사무실 하나로 시작했던 그 벤처기업은 10월 말 현재 정규직 직원만 473명인 중견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했고 올해 예상 매출액은 2653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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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용이 게임용으로 ‘대박’
회사를 설립한 뒤 2년간은 거의 매출이 없었다. 2002년 1월 골프존 P형 모델을 출시했지만 판매망이 없었다. 개인 돈만 5억 원 정도 까먹었다. 2002년 5월 대명리조트에 처음 3대를 납품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 기계가 대박이 날 줄은 전혀 몰랐다. 실내 연습장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1, 2대씩 파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연습용으로 기계를 들여놓던 업주들이 연습장을 아예 접고 게임장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의 단위가 달라졌다. 10대씩, 20대씩 주문이 밀려들었다.
2005년경 김 회장은 마음을 바꿔 먹었다. 소일거리를 넘어 본격적인 기업가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산악 지형이 많은 골프장의 특성에 맞춰 움직이는 스윙 플레이트를 도입했고, 프로그램도 수시로 업그레이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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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제는 전국 어느 동네를 가도 손쉽게 ‘골프존’ 매장이 눈에 띈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골프존의 성장세가 이제 둔화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골프존은 기계를 만들어 파는 하드웨어 업체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미 전국에 깔려 있는 골프존의 네트워크가 바로 우리 사업의 본질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해 보다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계 판매와 콘텐츠 판매의 비율은 7 대 3 정도였다. 올해는 6 대 4로 격차가 줄었고 앞으로는 점점 더 콘텐츠 판매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김 회장은 밝혔다.
○ 토털 골프 문화 기업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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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의 스크린골프를 이용하면서 축적한 다양한 데이터는 ‘골프존 마켓’과 ‘골프존 아카데미’에서 활용할 수 있다. 자신의 구질과 타법 등의 누적 데이터를 확인한 후 마켓에서 이에 적합한 클럽이나 볼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골프존 마켓과 아카데미는 수도권에만 각각 11개, 15개가 문을 열었다.
○ 나눔과 배려 실천
유명 선수를 후원하는 대다수 골프업체들과 달리 골프존은 골프 저변 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 기업철학이 ‘나눔과 배려’다. 유명 선수 후원이야 우리 말고도 많이들 하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는 좋은 선수를 많이 배출한 골프 강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갈 길이 아직 멀다”고 했다. 골프가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귀족 스포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 저변 확대를 위해 골프존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니어 투어를 후원한다. 시니어 골퍼들과 골프 꿈나무들이 동반 라운딩을 하며 멘토-멘티 관계를 맺는 ‘키다리 아저씨 골프대회’도 열고 있다. 올해도 40명의 어린 꿈나무들에게 1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번에 태릉선수촌에 최첨단 시스템을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골프존이 새로운 즐거움을 창출했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놀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할 생각이다. 여기에 선도적인 골프기업으로 골프 저변 확대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