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패 충격 속 노선투쟁 격화
현재 싸움은 ‘수학자’들에게 우세하게 진행되고 있다. 백인 남성층이 소수가 되고 소수인종과 여성이 다수세력이 되는 인구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백인에게 집중한 선거전략을 밀고 나간 것에 대한 반성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흑인의 93%, 히스패닉의 71%는 오바마를 지지했으며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오바마는 롬니에게 11%포인트 차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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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는 7일 “공화당 내부에서 ‘너무 늙고, 백인 중심적이고, 남성 위주적’이라는 자기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인구학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향후 대선에서도 줄줄이 패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화당은 1992년 이후 치러진 여섯 번의 대선 중 다섯 번이나 전국 득표수에서 민주당에 밀렸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온 핵심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골 지역에 거주하는 노년층의 백인 근로자들은 이민 강력 규제, 낙태 반대, 세금 인상 반대를 고수하며 ‘당의 정체성을 가진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폴리티코는 “‘롬니가 너무 진보적이어서 패했다’는 분노를 표출하는 강경론자들 때문에 공화당은 거의 ‘민란(civil war)’에 직면한 상태”라고 전했다.
공화당의 내분은 이번 대선에서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보가 대거 탈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화당 예비경선을 통과한 상하원의원 후보들은 대부분 강경 보수 노선으로 무장한 사람들인데 이들은 소수인종과 여성 유권자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는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인디애나 예비경선에서 6선의 중도파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을 누르고 출마했던 리처드 머독 후보는 조 도널리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NYT는 “공화당 내부에 유색인종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고 있지만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의 대부분이 강경 보수 성향인 데다 공화당이 하원은 지켰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궤도 수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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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