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은 전쟁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관심거리다. 양국에서 나란히 최고 인기 종목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로야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본 프로야구는 1936년 출범했다. 1982년 돛을 올린 한국보다 46년이나 빠르다. 출범 초기의 한국 프로야구와 일본의 수준 차는 컸다. 일본에서 은퇴 직전이던 백인천 해설위원이 1982년 MBC(현 LG)에서 감독 겸 선수로 활약하며 유일한 4할 타율(0.412)을 기록한 것도, 역시 일본에서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고(故) 장명부가 1983년 삼미에서 불멸의 30승을 올린 것도 수준 차 때문에 가능했다.
한일 프로야구 대결은 1990년대에 시작됐다. 1991, 1995, 1999년에 열린 슈퍼게임이 그것이다. 한국은 총 16경기에서 5승 3무 8패를 기록했다. 올스타들이 나온 한국과 달리 일본은 1.5군 선수들이 출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었다.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마구 같은 포크볼에 한국 타자들은 연신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이 경험은 훗날 한국 야구가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거름이 됐다.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서도 이변이 없는 한 우승컵은 한국과 일본이 다툴 가능성이 높다. 방콕 아시아경기부터 지난해 아시아시리즈까지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의 일본전 전적은 공교롭게도 18승 18패로 똑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