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받은 목돈, 내게 맞는 투자처
주식에 투자하자니 경기 불안으로 어렵게 마련한 목돈에 손해가 날까 두렵고 저축상품의 금리는 너무 낮다. 답답한 마음에 증권사를 찾은 장 씨는 월지급식 펀드를 추천받았다. 여유자금 일부를 넣으면 매달 100만 원 안팎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투자한 펀드의 수익이 많으면 원금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증권사의 설명이었다.
최근 경기 불안 속에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월지급식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넣어두면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로 투자원금이나 수익의 일부분을 매달 지급해주는 상품이다. 월지급식 상품에는 월지급식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즉시연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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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운용순자산 10억 원 이상, 1개월 이상 운용된 월지급식 펀드 46개에 올해 들어 4803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1월 40억 원이 순유출된 이후 월지급식 펀드로의 자금 유입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0월에만 1320억 원의 자금이 월지급식 펀드로 몰렸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우려 속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을 월지급식 펀드 인기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도 월지급식 상품이 2000년대 초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가 은퇴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월지급식 펀드는 펀드에 일정 금액을 넣어두거나 적립하면 자산운용사가 지급방식에 따라 분배금을 매월 또는 3개월 주기로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월지급식 펀드는 통상 가입 금액의 0.5∼0.8%를 매달 환매 비율로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맡겨놓고 환매 비율을 0.7%로 정하면 매달 7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원금과 이를 매달 운용해 얻은 수익을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월지급식 펀드는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내 채권과 주식에 동시에 투자하는 혼합형이 많다.
월지급식 ELS도 있다. 월지급식 ELS는 코스피 200이나 S&P 500, 홍콩 항셍지수와 같이 변동성이 낮은 지수들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다. 기초자산이 처음보다 50∼6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매달 1% 안팎의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들이 많다. 원금을 헐어 월지급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월지급식 펀드와 다른 점이다. 다만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월지급금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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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도 투자성향에 따라 신탁, 방카쉬랑스, 펀드, 채권, ELS, 랩 중에 월지급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동양 월지급 솔루션’을 내놨다. 이 가운데 월지급 신탁 플랜은 표면이율이 연 10%인 브라질 국채를 신탁상품에 편입해 이자를 받는 상품으로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을 통해 이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월지급 국공채 채권 Plan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해 매월 이자를 수령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 받는 상품이다.
월지급식 펀드는 투자 원금에서 일정 비율을 분배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이 시원찮으면 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 펀드를 축내면서 월 분배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분배율 월 0.7%의 월지급식 펀드에 1억 원을 맡긴 투자자들은 투자수익률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펀드 운용성과가 나빠지면 투자자에게 매달 7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원금의 일부를 헐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월지급식 펀드는 가입금액을 기준으로 매월 받을 지급액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 돈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투자 대상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매달 일정액 이상을 받고 싶은 투자자라면 즉시연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시연금은 이율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금리형 상품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연금도 줄어든다. 다만 최저보증이율이 있어 매달 받는 연금이 이 수준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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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즉시연금은 가입과 동시에 판매수수료와 사업비를 합해 가입 원금의 약 6∼7% 상당을 떼어간다. 처음부터 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수익률은 보험사가 공시하는 수익률보다 낮다. 또 보통 1000만 원 이상의 목돈을 맡겨야 하고 한 번 가입하면 해약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입하기 전에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