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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모집합니다” 공고 후 신분증 모아 명의도용

입력 | 2012-11-07 09:27:00

광주 북부경찰, '대포폰' 100여대 개통 직전 검거




영화에 출연시켜 주겠다며 단역배우들을 모집, 신분증을 수거해 스마트폰 100여 대를 개통하려한 20대가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우모 씨(26)는 3일 광주의 한 생활정보지와 웹사이트에 "영화 엑스트라 모집합니다"라는 단역배우 모집 공고를 냈다.

일당 13만 원 지급과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좋은 조건에 포항, 전라남·북도 등지에서 남성 46명, 여성 18명 등 20~30대 젊은이 64명이 지원했다.

우 씨는 6일 오전 8시경 광주 서구 치평동 시청 앞 관광버스 2대에 모인 단역 배우들에게 계약서 작성 시 필요하다며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으며 촬영 과정 노출 방지를 위해 휴대전화도 반납하라며 봉투를 한 장씩 돌렸다.

신분증 37매와 휴대전화 57대, 지갑 3점을 제출한 피해자들은 인솔자들과 함께 1시간 뒤 영화 촬영지인 강원도 춘천을 향해 출발했다. 우 씨는 광주에서 할 일이 있다며 동행하지 않았다.

오후 5시경 춘천의 한 펜션 앞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촬영 전까지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때 광주 북부경찰서에는 "신분증 수십 매를 가져와 스마트폰 개통을 요구하는 손님이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은 전화를 한 해당 대리점 직원에게 "신분증 주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보라"고 했고,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은 가운데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은 B씨(27)가 전화를 받았다.

B씨는 "누군가 당신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려 한다. 신분증을 수십 장 가지고 왔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통화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이상한 낌새를 느껴 112에 신고했다.

범죄혐의를 포착한 경찰은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대리점에서 스마트폰 100여 대를 개통하려 한 우 씨를 검거했다.

자신을 30대 초반의 연예기획사 대표라고 칭한 우 씨는 피해자들은 물론 배우들을 인솔하는 스태프 정모 씨(24) 등 3명에게도 일당 15만 원을 주겠다며 유인해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준수한 외모의 우 씨는 이름과 나이를 속인 것은 물론 콧수염을 길러 외모를 변장했으며 촬영장소로 출발하기 전 영화대본까지 준비해 나눠주며 피해자와 인솔자들에게 신뢰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울산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던 우 씨가 스마트폰을 다수 개통한 뒤 사전에 확보한 대포폰 취급 판로를 통해 총 5000만 원 상당에 판매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피해자들이 소지한 스마트폰도 중고시장에 내다 팔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 씨는 2년 전에도 부산에서 영화출연을 미끼로 관광 버스비를 사전 송금하라고 속여 1인당 5만 원씩 14명에게 총 70만 원을 속여 빼앗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다수가 취업하지 못하거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먼 지역에서부터 온 젊은이들이라 안타깝다"며 "우씨는 물론 대포폰 유통 경로를 수사해 유사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