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서도호-건축가 을호 형제, 봉고트럭 개조 1인용 호텔 선보여“다들 랜드마크를 원하지만 그 틈새공간을 주목합니다”
[1] 광주 비엔날레에서 주목받고 있는 ‘틈새호텔’. 봉고트럭을 개조해 만든 1인용 호텔로, 투숙객이 들면 광주 시내를 돌면서 건물과 건물 틈새에 주차하게 된다. 사진작가 신경섭 씨 제공 [2] ‘반(反)기념비적’임을 지향하는 틈새호텔은 어느 곳에 정차하든 튀지 않도록 붉은 벽돌이나 화강석 등의 자석 패널을 붙인 위장막을 이용해 마치 골목의 일부인 양 위장한다. 서도호 작가·서아키텍스 제공 [3] 형은 손가락이 길고, 동생은 덩치가 컸다. 동생은 두 살 위인 형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썼다. “형이 형 노릇 하니까요. 어려서부터 형을 존경했어요.” 영국 런던에 사는 서도호 작가(오른쪽)가 지난 주말 전시 준비를 위해 동생 서을호 서아키텍스 대표의 서울 한남동 사무실을 찾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 ‘틈새호텔’의 내부는 고급 원목마루를 깔고 천연가죽과 인조대리석으로 꾸몄다. 샤워시설과 화장실뿐 아니라 TV 냉장고 미니바 등 고급 호텔의 편의시설을 모두 갖췄다. 사진작가 신경섭 씨 제공
“예술가들은 자기 작품이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죠. 하지만 랜드마크를 이어주는 틈새 공간이 없으면 도시가 성립할 수 없어요. 모세혈관이 없으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죠.”(서 작가)
형제는 ‘반(反)기념비’적이고 ‘이동하는 집(mobile home)’이라는 역발상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의 죽은 공간 살려내기를 시도했다. 광주시내를 조사하고 인근 주민의 허락을 받아 틈새호텔이 주차할 만한 12곳을 골라냈다. 반경 500m 안에 있는 식당 세탁소 편의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대 서비스를 제공할 서포터스도 선정했다. 투숙객은 호텔 내 키오스크에서 부대시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전 투숙객이 남긴 체험담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지는 비엔날레 기간에는 예약자 25명을 대상으로 무료로 실험 운행을 하고 있으며 내년 2월경부터는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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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은 틈새호텔에서 광주의 일상을 경험하고, 주민들은 틈새호텔로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이방인의 하룻밤 삶이 소원했던 이웃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서 작가)
영국 런던에 사는 서 작가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동생과 함께 종종 작품 활동을 한다.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돼 집을 소재로 공동 작업한 ‘청사진(blue print)’을 선보였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맥주 본사 미술관(2010년)에 이어 내년 초 완공되는 경기 용인시 현대·기아자동차 마북연수원의 리노베이션과 설치 작품을 맡아 협업하고 있다. 하이트 본사의 지하 1층, 지상 2층 공간을 수직으로 연결한 대형 전시 공간엔 목말 탄 소형 인물상 11만 개를 줄줄이 8m 높이로 쌓아올린 작품 ‘인과’가 있다. 마북연수원에는 현대·기아차 직원 13만 명의 얼굴 사진을 초대형 화면에 뿌리는 ‘who am we’를 설치했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없으면 차가 굴러가지 않듯, 직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목은 개인과 집단의 구분이 불분명한 우리 문화를 반영한 거예요.”(서 작가)
가정을 이룬 형제가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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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각 분야 간 장벽을 허물어 삼투현상을 일으키는 작업을 좋아해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저는 회화, 동생은 건축을 공부했는데 그 학교는 전공 속에 학생들을 가둬두지 않았죠. 그래서인지 둘이 생각이 잘 통해요. 우리 산야에 맞는 집, 전범이 될 수 있는 집을 동생과 지어보고 싶어요.”(서 작가)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