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발원지, 중국 7번째 규모 쿠부치 사막 가보니… 동서 길이만 262km, 지금도 사막화 진행 중
[1] 쿠부치 사막에서 나무를 심는 대한항공 직원들. [2] 2007년 심은 신장백양나무가 꽤 자랐다. (아래 사진) 5년 전 대한항공이 심은 나무들이 열을 이뤘다. 광대한 사막을 막고 선 결사대 같다.
○ 모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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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 50여 명과 네이멍구 사범대 학생 50여 명 그리고 현지 주민들이 이날 심은 묘목은 약 1000그루. 대한항공이 6년째 이 사막에 심은 나무는 약 100만 그루를 헤아리지만 사막의 광활함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도 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다. 사막화를 막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폭넓게 퍼진 나무의 뿌리가 모래나 흙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잡아줘야만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모래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다. 초본(草本), 즉 풀과의 식물을 심는 방법도 있지만 나무 심기를 따라갈 수는 없다고 한다. 바로 모래바람 때문이다. 엄태원 상지대 교수(산림과학과)는 “초본은 뿌리 길이가 20∼30cm에 불과해서 모래바람이 걷어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2∼3년을 못 버티고 말 그대로 뿌리째 뽑힌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벌채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무젓가락에까지 환경세를 물리고 헬리콥터에서 풀씨를 사막에 뿌리는 등 사막화 저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시 나무 심기가 최우선이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쿠부치 사막 남쪽의 마오우쑤(毛烏素) 사막에서 20년 넘게 정부 지원 없이 나무를 심어 서울 여의도 넓이(8.4km²)의 10배가 넘는 숲을 이룬 부부에게 ‘치사영웅(治沙英雄)’ ‘노동모범’의 칭호를 내리고 각종 혜택을 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 생존의 법칙
사막에서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 없이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나무는 대략 5∼9종인데, 특히 백양나무(사시나무라고도 함) 같은 포플러 계통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포플러 계통은 뿌리를 내릴 때까지만 물을 주면 이후에는 알아서 생장을 한다. 포플러 묘목이 뿌리를 내리는 데는 2∼3년이 걸린다. 나뭇가지 끝부분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왔다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고 판단할 수 있다.
포플러 묘목이 뿌리를 내리는 확률(활착률)은 우리나라에선 90∼95% 정도다. 그러나 사막에서 이런 수준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중국인들이 개량한 일명 사막버드나무의 활착률도 30% 안팎이라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따라서 어떻게 심었느냐와 함께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가 활착률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뿌리를 내리기까지 모래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묘목 주위에 짚이나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울타리를 만들어 바둑판 모양으로 깔아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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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 방지를 위해 퇴경환림(退耕還林·경작지를 물리고 숲을 되돌린다) 정책을 펴오고 있는 중국은 사막에 심는 나무에 수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주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녹색환경 추진단체인 엘리온자원집단이 사막버드나무의 생존율을 90%까지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물 공급 기술을 개발했다는 뉴스가 CNC(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24시간 뉴스 전문 케이블방송)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이날 심은 신장백양나무가 사막화를 방지하고 황사를 줄일 수 있으려면 최소한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나무의 키가 15m는 돼야 방풍림 노릇을 할 수 있고, 뿌리도 약 10m 깊이까지 내려가야 주위의 모래를 움켜쥐는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도 동네 주변에 빡빡 깎은 머리 모양 같다고 해서 ‘빠박산’이라고 부르는 민둥산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이른바 산림녹화 사업을 펼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 혜택을 30년이 넘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다. 결국 나무를 심는 것은 적어도 30년 앞을 바라보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폐허가 된 산 곳곳에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씨를 뿌리고 가꿔서 숲을 이룬 주역은 양치기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 단 한 사람이었다. 그 한 사람의 힘으로 메말랐던 계곡에 물이 흐르고 떠났던 사람들이 되돌아 왔다. 쿠부치 사막에 심은 나무 한 그루는 어쩌면 미래를 약속하는 이정표일 것이다.
바오터우=글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사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