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간격 주민센터-구청 들러 1500만원 건네고 황급히 떠나
“적은 돈이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써주세요.” 김 씨가 “누구신지 말씀해 주세요. 혹시 양림동 사세요?”라고 묻자 이 여성은 “예, 예”라며 황급히 나갔다. 자리를 피하려고 한 대답일 뿐 실제 양림동 주민은 아닌 듯했다. 김 씨가 배웅하려고 일어서자 이 여성은 주차장에 세워둔 은회색 마티즈 승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봉투에는 400만 원이 들어있었다. 김 씨는 “승용차 번호라도 확인했으면 좋았을 텐데 경황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30분 뒤 광주 동구청에도 이 여성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마스크에다 선캡까지 썼다. 그는 복지사업과 사무실 앞에서 한동안 서성거렸다. 직원이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묻자 출입문 밖에서 “결식아동이나 혼자 사는 노인을 돕고 싶다”며 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내 건넸다. 직원이 “영수증 처리를 하려면 인적사항이 필요하니 알려 달라”고 했지만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 좋은 일에만 써 달라”는 말만 남기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 봉투에는 5만 원권 지폐와 수표 묶음 등 11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