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현재 세계 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재정 악화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우리는 다행히 2009년 하반기부터 2013∼2014년 재정수지 균형 달성을 목표로 한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 이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가 재정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아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 파도를 넘었을 뿐, 훨씬 더 큰 파도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대선후보들이 약속한 복지 확대는 결국 세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20년간 우리나라 연금과 의료비용 등 ‘고령화’ 관련 비용 지출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0일 한국조세연구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자연 증가만으로 우리나라 복지 지출 규모는 2009년 GDP의 9.6%에서 2050년 2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9.2%를 넘어선다고 한다. 조세부담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사회보험료 부담의 증가로 국민부담률이 25%에서 2050년 30%로 상승하고, 국가채무도 GDP의 33%에서 128%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치권의 4·11총선 공약을 추가하면 2050년 복지 지출 규모는 GDP의 22.6∼24.5%로 더 증가하는데 재원 조달 공약에 따라 국민부담률이 1∼3%포인트 더 올라가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은 103∼115%까지 상승한다. 이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평균 국가채무비율 120%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 집권 기간 중에 늘어나는 복지 지출은 재원 조달 공약으로 충당할 수 있겠지만 한번 늘어난 복지 지출은 차기 정부 이후에도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계속 늘어나 추가적인 재원 조달이 필요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지속가능한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차기 정부 5년 동안만 지속가능한 복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재정 위험이 현실화되고 2040년경 남북 통일이 된다면 2050년의 국민부담률은 현재보다 8∼10%포인트 올라가고 국가채무비율은 154∼165%까지 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가 운용의 핵심인 재정 측면에서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정부에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임무이다. 하루빨리 한국조세연구원의 장기재정전망처럼 미래 재정 위험 요인별로 재정 부담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중장기 재정 전망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