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경이 밝힌 ‘긴박했던 순간’
연행되는 中선원들 17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목포해경 경찰관들이 불법조업 단속에 저항해 흉기를 휘두른 중국 무허가 선박 요단어 23827호 선원들을 경찰서로 연행하고 있다. 목포=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듯 어선 안에는 어망과 부표, 밧줄, 고기 상자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조타실 뒤쪽 그물더미 위에는 끝이 뾰족한 1.5m 길이의 쇠창살이 보였다. 고속단정을 대지 못하도록 선체 외부 난간에 걸어놓은 흉기다. 죽창처럼 보이는 쇠창살은 지난해 처음 등장했다. 갑판 옆에는 쇠꼬챙이가 꽂혀 있었다. 단속 경찰관이 배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쳐놓은 철망을 연결하는 것으로 유사시에는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목포해경은 요단어 23827호에서 삼지창, 쇠톱, 손도끼 등 7점을 압수했다. 해경 관계자는 “요즘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은 마치 전투함 같다”며 “무기가 날로 살벌해져 해경의 대응이 한층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단어 23827호를 나포한 김국성 목포해경 소속 3009함 함장(57·경정)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배 뒤쪽에서 선원 7명이 삼지창, 쇠톱 등을 휘둘러 승선을 세 차례나 제지당했다”며 “중국어선 단속은 한마디로 생명을 건 전쟁”이라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단속 과정에서 장 씨가 숨지자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해경 조사를 받은 뒤 휴대전화를 꺼놓는 등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강성희 목포해경서장은 “불법조업 단속 과정에서 숨진 장 씨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검문에 수긍하는 어선에 대해서는 각종 편의를 제공하겠지만 흉포하게 저항하는 어선에는 엄중 대처한다는 게 해경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18, 19일경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장 씨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한편 선장 장모 씨 등 11명을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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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