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과 관련해 허위 증언 논란을 낳은 정승조 합참의장의 문책을 놓고 청와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경질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고민의 핵심이다. 합참의장은 현역 군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청와대는 16일에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내부 논의를 계속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경험한 군의 기강이 이 정도로 느슨해진 데 대해선 대부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과 안보에는 임기가 없다’고 그렇게 강조해왔는데 북한군이 최전방을 안방 드나들 듯했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는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특히 청와대는 이 문제가 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져 임기 말 레임덕 가속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대선을 60여 일 앞두고 북한의 선거 개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그만큼 안보 태세가 중요한 시점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인 합참의장이 군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논란의 당사자인 정 의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 의장은 당초 이날 나로호 발사 준비가 한창인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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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정 의장을 경질할 경우 부닥칠 현실적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군을 상대로 군령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은 관행적으로 대장 가운데 최선임을 임명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달 2일 육군참모총장 등 대장 인사를 단행한 상황에서 다시 대장 인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엄중 경고를 받은 박성규 제1군사령관(대장)을 제외하면 현역 대장 중에선 최윤희 해군참모총장(해사 31기·육사 33기에 해당) 정도가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합참의장 중 비(非)육군 출신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이양호 의장(공군)이 유일하다. 게다가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어서 대선을 코앞에 둔 국회에서 관련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정 의장 감싸기에 나섰다. 김민석 대변인은 “합참의장이 (10일 정정보고를 받기 전까지) 폐쇄회로(CC)TV(로 발견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쪽에 비중을 크게 둔 배경은 합참 작전본부장이 CCTV라고 계속 보고를 했기 때문”이라며 “합참의장은 ‘CCTV가 맞느냐’고 무려 여섯 번이나 작전본부장에게 물었고 작전본부장은 그때마다 ‘CCTV’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이 3일 ‘노크 귀순’을 보고받은 과정에 대해선 “국방정보본부장이 정 의장에게 전화로 2∼4분간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귀순자가) 똑똑 두드려서 문 열고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고 잠깐 얘기했다. 그래서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이 의도적으로 허위 증언을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