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소비자 리포트’로 본 연금저축 운용실태
○ 과도한 수수료가 수익률 낮춰
금융회사는 연금저축 납입액으로 돈이 들어오면 사업비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일단 돈을 뗀 뒤 남은 돈을 운용한다.
생보사는 가입 첫 해 수수료로 걷어 가는 돈이 적립금 대비 11.12%에 이른다. 반면에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1년차 수수료는 적립금 대비 각각 0.77%, 0.78%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비율은 10년차가 되면 자산운용사가 1.26%로 가장 많아지고 생보사(0.51%)와 손보사(0.61%)는 1% 이하로 떨어진다. 은행의 10년차 수수료율은 0.92%이다.
은행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산 운용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은행이 판매하는 연금저축신탁 채권형은 채권에 100% 투자하며 안정형은 주식에 10% 이내를 투자하고 나머지 돈은 모두 채권 투자에 집어넣는다.
환매조건부채권(RP)과 회사채 등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은행들은 안정성을 중시해 90% 이상을 국공채에 투자한다고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서는 채권을 사야 될 때 팔고, 팔아야 될 때 사는 등 매매 포지션을 반대로 선택하는 바람에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소득공제 효과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고객을 모으는 데 열을 올리면서도 연금자산의 운용, 관리에는 소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한 ‘금융소비자 리포트’를 놓고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이 리포트에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금융사별, 상품별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회사별 수익률은 발표하지 않고 금융권역별로 상, 중, 하 등급으로 나눈 뒤 회사의 등급만 공개했다. 금감원은 수익률을 기준으로 권역별 상위 25%는 상, 하위 25%는 하, 중간 50%는 중으로 구분했다. 정영석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부국장은 “상 등급과 하 등급의 수익률 차이는 2배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회사별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반발을 의식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수익률 비교가 상 중 하로만 분류돼 소비자 관점에서 전혀 변별력이 없는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정숙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가입 시기에 따라서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별 수익률을 단순 비교하는 게 부적절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금융권역별로 월평균 수익률을 산정하면서 이 수치보다 더 큰 변동성을 함께 명기한 것은 비교수치로 의미가 없고 소비자들에게 정보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 연금저축펀드(월평균 수익률 1.02%, 변동성 5.87%)의 실제 수익률은 1.02±5.87%로 최대 6.89%에서 최소 ―4.85%까지 수익률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이렇게 넓은 구간을 갖는 수익률로는 해당 상품의 수익성이 좋은지 나쁜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