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야권후보 단일화 기 싸움이 시작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어제 안 후보를 겨냥해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새 정치는 정당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는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한 측면 지원이다. 안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도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받아치며 민주당 송호창 의원의 안 캠프 합류 소식을 깜짝 발표했다.
‘협력적 방어’ 관계라던 문, 안 후보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잠복해 있던 야권후보 단일화 경쟁의 서막(序幕)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 안 후보는 본선에 가기 전에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고지를 넘어야 한다.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여론 지지율에서 상대방을 앞질러야 한다. 그래서 두 후보 측은 정당후보론을 놓고 서로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공방을 벌이는 형국이다.
정당은 대의(代議)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정당으로 구성된 국회를 거치지 않으면 단 한 건의 법률도 만들 수 없다. 국민은 정당의 지속적인 개혁을 주문한 것이지, 정당을 폐지해야 할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정당 운영의 리더십도 대통령이 갖춰야 할 핵심적 자질이다. 안 후보는 대구대 강연에서 “정당개혁 방안이 많은데 그중에서 하나라도 실천하면 국민이 먼저 진심을 알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정말 해석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정당 경험 없이 난마같이 얽힌 정당개혁을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가. 안 후보는 “정당의 빚이 없다”는 말 대신에 구체적인 정치·정당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할 때다. 빚이 없다는 것이 개혁 능력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야권 일각에는 야권후보 단일화 필승론이 퍼져 있다. 단일화를 거머쥔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두 후보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개혁 공방 쇼만 벌인다면 민심이 이탈할 것이다. 두 후보는 정치개혁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액션플랜(행동 계획)을 내놓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