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중시 주요대학들 외고 우대전형 줄줄이 없애대치동 특목고 전문학원들도 일반학원으로 전환 늘어
외국어고가 대학 입시에 유리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고의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다만 2013학년도에는 외고 모집 정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쟁률과 내신 커트라인은 약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한 사설기관의 특수목적고 입시설명회에 몰린 학부모들. 동아일보DB
외고는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상위권 중학생의 ‘로망’이었지만 요즘은 인기가 조금 시들었다. 특목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모가 외고 진학을 반대한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서울과 경기 지역 외고의 경쟁률은 하강 곡선을 그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유명한 특목고 전문학원이 문을 닫거나 대입 학원으로 전환할 정도. 상위권대 진학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이던 외고의 인기가 주춤한 까닭은 뭘까. 진학을 결심하기 전에 알아둘 점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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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의 인기는 상위권 대학이 외고 출신을 대거 선발하면서 치솟았다. 일부 대학이 특목고생을 공공연하게 우대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어려운 대학별 고사와 논술도 외고가 인기를 끄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근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평가 중심 전형이 늘어나고, 내신의 비중이 높은 수시모집 비율이 커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외고 교육과정이 입시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고 교육과정에는 전공 외국어 수업 등 수업시간을 꼭 채워야 하는 과목이 많다. 그만큼 수능 대비에 불리하다. 특히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 수학의 변별력이 커지는 점을 감안할 때 수학에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 힘들다는 점을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다.
글로벌 전형 등 특목고생을 위한 대입 전형이 정부의 강력한 견제로 속속 폐지되는 추세도 외고의 인기 하락과 연관이 있다.
서울 지역 15개 대학의 지난해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자를 보면 외고 출신의 약세가 눈에 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 건국대 서울시립대의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자 중 특목고 출신이 1명씩밖에 없었다. 연세대(32명) 이화여대 한양대(이상 22명)도 예년에 비해 특목고 출신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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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발 방식 변화도 변수
작년부터 외고 입시가 영어내신과 면접 위주로 바뀌면서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의 특목고 진학 열기가 한풀 꺾였다.
외고 및 국제고 진학 현황을 보면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출신은 2010학년도 11.6%에서 2012학년도 6.7%로 크게 줄었다. 양천구도 같은 기간 10.9%에서 8.3%로 감소했다.
우수 학생의 진학이 줄어들면서 외고의 학생 수준이 과거보다 떨어진 점도 외고 기피 현상을 다시 부추기는 요인이다. 불리한 내신을 무릅쓰고 외고에 진학하려 했던 최대 이유는 우수 학생이 모이는 교육 환경 때문이었다. 외고의 증가에 우수 학생의 기피까지 겹치며 이런 장점이 사라졌다는 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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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의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문과보다 이과를 선호한다. 외고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종서 청솔 연구소장은 “외고도 대학처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학생이 몰리는 외고와 그렇지 않은 외고가 확연히 구분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이런 현상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외고 입시 경쟁률이 약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외고 개선안에 따라 모집 정원이 전체적으로 500명가량 줄었다. 특히 경기도의 8개 외고는 신입생이 10% 정도 줄어든다. 2014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외고 경쟁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외고 지망생은 지난해보다 1단계의 내신 커트라인이 올라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올해부터 2단계 제출 서류가 학습계획서가 아닌 자기계발계획서로 바뀌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외고 진학의 이유와 예상 결과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특별활동 이력을 눈에 띄게 펼쳐 보이는 점도 중요하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