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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금감원 ‘KB금융의 ING생명 인수전’ 타당성 점검나선 까닭은

입력 | 2012-10-08 03:00:00

[1] ‘제2의 웅진사태땐 은행 흔들릴라’ 문단속
[2]국민은행의 중간배당
[3]인수가격도 거품 논란




금융감독원이 KB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의 타당성 점검에 들어갔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M&A) 건에 대해 금감원이 타당성을 점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감원의 점검 결과가 이번 M&A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7일 “권혁세 금감원장이 최근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타당성과 자금여력 등을 살펴보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며 “계약이 끝나면 감독기관이 할 수 있는 게 없어 계약 이전에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 웅진사태의 ‘후폭풍’

이번 조치는 웅진그룹의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최근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처럼 부실기업이 생기면 은행은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에 대비하려면 은행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고 금감원은 판단한 것이다.

권 원장은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웅진그룹 사태 같은 기업 부문의 위험이 커지고 있어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졌다”며 “은행들은 배당을 많이 하거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대형 M&A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인수자금을 마련하려고 국민은행으로부터 1조 원의 중간 배당을 받으려 한 것도 금융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이 9569억 원인 만큼 KB금융에 배당규모를 5000억 원 수준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 KB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할 듯


KB금융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ING생명을 인수한다는 금융 당국의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ING생명의 인수 가격은 2조5000억∼2조700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ING생명 한국법인은 2011회계연도 수입보험료가 4조1000억 원, 자산은 21조 원으로 생보업계 5위다.

ING생명이 지난해 2410억 원의 순익을 올린 알짜 기업이긴 하지만 올해 매물로 나온 우리금융과 비교하면 과대 평가됐다는 시각이 많다. 은행과 보험회사의 기업 가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자산 400조 원이 넘는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데 드는 돈이 7조 원 정도로 추산됐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거론되는 인수 가격은 적당하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견해다.

인수 가격을 놓고 KB금융 이사회 이사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린다.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 5000억 원 이상 낮아진 가격인 만큼 인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ING생명에 잠재 리스크가 있으므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ING생명 가격이 비싼 것은 ING의 브랜드 가치와 설계사 조직 때문인데, KB로 인수되고 나면 ING 간판을 사용할 수 없고 설계사 조직도 그대로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재 거론되는 인수 가격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ING생명을 인수하면 영업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KB금융그룹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ING생명이 KB금융으로 넘어가면 설계사 조직이 올해 초에 이어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진영 기자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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