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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잘 알려진 명화들에 담긴 부엌 침실 욕실의 변화상

입력 | 2012-09-29 03:00:00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심영아 옮김
258쪽·2만7500원·이봄




명절만 떠올리면 짜증이 확 솟구치는 주부라도 시곗바늘을 중세시대로 돌린다면 오늘날에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18세기 이전 수도가 들어오지 않았던 때의 설거지는 고역이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담았던 그릇들은 아궁이에서 꺼낸 식은 재를 축축한 헝겊에 묻혀 닦아 헹궜고, 냄비 바닥에 음식이 눌어붙었을 때는 고운 모래나 벽돌 가루를 묻힌 헝겊으로 문지르기도 했다. 시커먼 아궁이, 그을음이 눌어붙은 벽에 줄줄이 걸린 구리 냄비들, 하수구 냄새가 빠져나가도록 환기용 굴뚝이 중앙에 자리 잡은 부엌은 지옥 같은 열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산업시대 산물인 요리용 화덕이 19세기 말 조리용 레인지로 변모하면서 부엌은 ‘하찮고 후미진 곳’에서 실험실처럼 깔끔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책은 잘 알려진 명화들 속 여성과 물건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중세부터 20세기까지 부엌 뿐 아니라 침실 욕실 거실 등 다양한 실내 공간과 인테리어를 통시적으로 훑는다. 샤워가 신경증에 걸린 여성을 위해 의사들이 내린 처방이었고, 가장의 침대는 본래 거실에 두어 권위를 살렸다는 내용 등도 흥미롭다. 명절날 한데 모여 머리 맞대어 명화도 보고, 옛 그림 속에서 리모델링 아이디어도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