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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생… SKT “재래시장 참기름 팔아드립니다”

입력 | 2012-09-27 03:00:00

■ 서울 중곡제일시장 지원 협약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 협약식을 가진 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판매할 중곡제일시장 자체 제작 참기름을 살펴보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그냥 돈만 지원하는 건 돕는 게 아닙니다. 시장을 망치는 일이에요.” 너도나도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재래시장은 계속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전통시장에서만 쓰도록 용도를 제한했던 온누리상품권이 ‘현금깡’의 대상이 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재래시장을 돕는 일은 열심히 하겠지만, 결코 재래시장의 물건을 직접 사거나 돈을 직접 주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대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26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중곡제일시장에서 이 시장의 협동조합과 협약식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 SK텔레콤은 이날 시장 상인들에게 ‘마이샵’, ‘스마트월렛’ 등 자사(自社)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교육도 시켜 주기로 했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불편한 재래시장을 대형마트보다 더 편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대형마트 수준의 주차장이나 서비스 전담직원 채용은 쉽지 않겠지만 그 대신 단골 고객에게 혜택을 더 주고 대형마트 못지않은 이벤트를 벌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이 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중곡제일시장 햅쌀 20% 할인쿠폰’을 스마트폰에서 받아볼 수 있다. 시장에서 어떤 쌀가게든 들어가 쌀을 산 뒤 스마트폰 쿠폰을 보여주면 20%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시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이 시장 상인들의 제품을 회원 할인가에 주문할 수도 있다. 뿔뿔이 흩어져 개별 영업을 하던 재래시장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면서 자구 노력을 시작하자 SK텔레콤이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시장 전체를 거대한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소상공인을 위해 개발한 판매시점관리기기(POS) 마이샵을 제공했다. 햅쌀 할인쿠폰을 아무 가게에서나 쓸 수 있는 것은 조합 사무실에서 마이샵 시스템을 통해 쿠폰 사용을 통합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 SK텔레콤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스마트월렛은 편하게 회원 가입을 받고 모바일 쿠폰을 발송하는 데 쓰인다. 자회사인 SK플래닛의 전자상거래 ‘11번가’도 동원해 이 시장 상인들이 만든 자체 브랜드 ‘아리청정’ 농산물을 온라인으로 팔아 준다. 이미 ‘아리청정 참기름’이 첫 판매를 시작했다.

하 사장은 중곡제일시장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지원을 못 해드려 죄송하다”며 “지금 같은 지원방식은 상인 여러분께서 배워야 할 게 많아 힘들고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신 중곡제일시장 협동조합 이사장은 “단골 고객을 늘리는 게 재래시장의 가장 큰 과제였는데 이런 기술이 할인행사 등을 가능하게 해 고객관리를 도울 것 같다”며 “상인들과 함께 열심히 배우겠다”고 화답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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