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지원 예비부부 프로그램
15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창작아케이드 체험공방에서 예비부부 김준상 씨(왼쪽)와 정지혜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정수진 디자이너의 지도에 따라 황동 판을 톱으로 잘라가며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절약은 됐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 두 사람은 돈을 쓰는 대신 둘만의 의미가 담긴 신혼 물건을 마련하기로 하고 1일부터 토요일마다 서울문화재단 산하 서울 중구 신당창작아케이드를 찾고 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쓸 수 있는 베개나 앞치마 같은 소소한 살림살이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혼수의 재발견’이다.
○ 진정한 혼수의 의미를 배운다
15일 수업에서 정 씨는 예비신랑에게 선물할 앞치마를 디자인했다. 예비신랑의 통통한 몸매를 가려주고 날씬하게 보이는 디자인이다. 정 씨는 “내가 만든 앞치마를 입고 남편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며 “함께 신혼 물건을 만들다 보니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도 늘고 함께 지내온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도 꿈꾸게 돼 아주 즐겁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권태훈 씨(38·디자이너)와 박혜경 씨(31·여·디자이너)도 올해 겨울 결혼을 앞두고 있다. 권 씨는 “단순히 결혼살림을 구입하고 예물, 예단을 준비하는 게 진정한 혼수의 의미는 아니다”라며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몸소 겪고 혼수의 의미를 느끼도록 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부행복연구소에서는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부부학교를 열어 상담 및 강연을 하고 있다. 기관, 단체 위주로 신청할 수 있지만 비정기적으로 개인 대상 무료 강연도 한다. 02-2694-1999
○ 중고 살림살이도 OK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선모 씨(32)는 “혼수로 남이 쓰던 물건을 쓰는 게 찝찝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양가 부모님, 신부와 상의한 끝에 실속 있게 신혼살림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선 씨는 백화점에 가면 100만 원 가까이 줘야 하는 3인용 패브릭 소파를 재활용할인마트에서 16만 원을 주고 샀다. 중고 2인용 식탁은 10만 원에 샀다. 소파와 식탁만으로도 100만 원 이상 절약한 셈. 선 씨는 “남의 이목 때문에 쓸모없이 수천만 원씩 쓰는 것보다는 그 돈을 아껴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고가구·가전 구입을 원하는 이들은 서울 시내 자치구 16개 재활용센터가 연합해 만든 ‘재활용센터연합’(zungo.co.kr)을 찾아 원하는 제품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