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지나치게 복잡… 어떤 혜택 받을 수 있는지도 몰라요”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9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무상보육 정책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가 사회를 맡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1년 전에 대기 신청”
▽사회자=정부가 무상보육정책을 의욕적으로 실시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박춘란=네 살짜리 둘째아이를 시립어린이집에 보내는데 1년 전에 미리 대기신청을 해서 겨우 보낼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다섯 살인 조카는 아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성진=둘째아이를 네 살 때 유치원에 보내려고 보육 포털에서 신청하려니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는데 너무 속이 상해 눈물이 나더라.
▽전효선=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직접 키우고 있어 아직까지 혜택을 받은 게 없다. 큰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둘째가 생기면 보육시설에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미리 대기 신청을 해놨다.
▽사회자=복지정책 같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제도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제도 자체가 단순해야 한다.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전효선=거의 모르는 편이다. 정확한 금액도 모르고 있다. 조카가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해서 알게 됐는데 정보가 거의 없다.
○ “카드 형태로 아동수당 도입해 달라”
▽사회자=일각에선 아동수당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 가운데 아동수당제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동수당 도입에 대한 의견은….
▽김지언=아동수당을 도입하더라도 금액이 15만∼20만 원 정도라고 들었는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사회자=가정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다.
▽김지원=물론 다른 용도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교육청에 등록이 된 학원이나 시설 등에서만 이용이 가능하게 제도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자=이건 국가가 국민의 자율권을 인정하느냐 하는 본질적인 문제인 듯하다.
▽김지언=정액제로 보육 관련 카드 형태로 지원하면 아이를 위해 교육이나 병원, 육아용품 등 어떤 분야든 쓸 수 있다고 본다.
▽사회자=일종의 바우처 형태를 말씀하신 듯하다. 현행 보육료 지급 방식인 ‘아이사랑카드’는 지정된 어린이집에서만 쓸 수 있지만 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해 학원을 보내거나 아이 관련 용품을 사는 등 정해진 범위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자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박춘란=사실 엄마들 마음은 친정어머니처럼 아이를 봐줄 분이 있다면 믿고 맡기는 식으로 양육은 집에서 하고, 교육은 문화센터나 미술학원 등을 선택해서 하고 싶다.
○ “눈 감고 귀 닫고 맡길 수밖에 없어요”
▽사회자=아이가 다니는 보육시설의 서비스에 대해선 만족하나.
▽박춘란=되도록 믿고 맡기려고 하는 편이다. 어떤 어린이집은 토요일에도 아이를 보낼 수 있는데 어린이집 원장님이 싫어하는 내색을 보여 차마 보내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다. 나도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그냥 눈 감고, 귀 닫고 보낼 수밖에 없다.
▽사회자=아동보육지원제도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지원되는 수준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아 아쉽다. 현행 보육정책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
▽전효선=보육지원제도가 아이에게 맞게 특성화되었으면 한다.
▽김지언=사실 제가 최대 수혜를 받고 있지만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세금 폭탄이라도 맞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성진=보편적 복지 등 말은 많이 듣긴 하는데 적어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선택권을 줘서 혜택의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
▽박춘란=소득수준별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평범한 직장인은 월급이 고스란히 드러나 혜택을 못 받고 자영업자는 세금을 감춰서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는 소득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지원해야 한다.
▽사회자=국가의 정책은 지속적으로 신뢰가 있어야 국민들이 그 정책을 보고 생활패턴을 정할 수 있다. 지금의 보육료 지원 정책을 면밀히 조사해 과학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