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사유하기를 즐기는 집안 분위기를 만드세요”
《미국 라이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초대 자유기업원장을 지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52). 대중에겐 교육전문가로 잘 알려진 공 소장이 최근 낸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공부방법을 소개한 ‘운명을 바꾸는 공병호의 공부법’이 그것. 자녀의 공부를 고민하는 학부모에게도 조언할 것이 많다는 공 소장을 서울에 있는 그의 집에서 만났다.
거실에 들어서자 눈길을 끈 건 레고(장난감 블록)로 만든 범선들. 공 소장은 “한 사람의 인생은 곧 망망대해를 누비는 항해가 아니겠느냐. 위험한 풍랑에 맞서 범선을 조종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항해사를 키워내는 게 자녀 교육의 본령”이라고 했다. 자녀를 지도할 때도 자녀가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는 동시에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 “읽고 사유하기를 즐기는 집안 분위기가 중요”
최근 자신의 공부법을 정리한 저서 ‘운명을 바꾸는 공병호의 공부법’을 펴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공 소장은 “애플 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의 삶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는 것과 그의 전기를 책으로 읽는 것은 전혀 다르다”면서 “영상을 볼 때는 ‘대단하다’ ‘재밌다’처럼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같은 내용을 활자로 읽을 때는 그 내용을 끊임없이 자신과 연결해 생각하면서 머릿속에서 응용하고 증폭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 소장은 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자녀와 함께 읽은 뒤 느낀 점을 밥상머리에서 말해보는 일을 추천한다.
그는 “예를 들어 신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나오면 이를 함께 읽은 뒤 느낀 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지니게 됨은 물론이고 ‘열린 사고’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재미를 붙여야 잘할 수 있다”
자녀가 양치질을 할 때 부모가 치약의 성분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화학시간에 배운 지식을 연결해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틈나는 대로 자녀에게 세계의 역사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얘기해주면서 그 뼈대를 머릿속에 심어준다면 자녀가 교과공부를 할 때 그 뼈대에 세부적인 지식들을 붙이면서 재밌게 공부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공 소장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라’는 익숙한 구호가 자녀 학습지도에서도 유효한 지침이라고 강조한다. 수학을 공부할 때 문제의 답을 서둘러 내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는 수학공부에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노트에 풀이과정을 또박또박 써내려가게 하면 그것이 모였을 때 자녀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자신이 도출한 답이 틀렸더라도 마치 게임을 하듯 자신의 풀이과정 속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것을 즐기게 한다면 점차 자녀가 수학공부에 재미를 찾을 것이라고 공 소장은 설명했다.
또 공 소장은 “아버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주말에 한 번 자녀의 공부를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에겐 큰 독려가 된다. 자녀가 공부를 할 때 실제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아버지가 직접 묻고 그에 대한 해답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아버지가 생업 현장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려줄 것을 공 소장은 추천했다. 만약 아버지가 무역 수주와 관련된 일을 할 경우 세계경제를 읽어내는 기준,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 계약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등 아버지가 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를 자녀에게도 그대로 들려주라는 것.
공 소장은 “아버지가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상세히 보여주는 것이 자녀가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