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현주소
한때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에 대해서는 전문성과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같은 지적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로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다. 사진은 삼성물산 직원들이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벌이는 모습. 삼성물산 제공
보고서는 2004년 기준으로 한국 기업들이 벌이던 사회공헌활동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반(反)기업 정서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자발성이 부족하다, 기업 소유주의 과시적 자선으로 개인 성향에 의존하고 그래서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지속적이지 못하다, 투자 개념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사회공헌을 투자로 여기지 않고 경영전략 수립과 무관하게 부차적인 요소로 다루고, 당연히 기업 안에 전담부서를 둘 생각도 않는다는 비판들이었다.》
○ ‘지속성, 전문성 부족’ 이제는 옛말
현대경제연구원도 2008년 ‘기업의 신(新) 사회공헌활동 전략’ 보고서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다. 현금 지원 등 일회성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환경보전이나 의료보건처럼 지속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공헌활동이 취약하다는 등의 얘기가 담겼다.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은 한 분야에 집중해 사회공헌활동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들이다.
현대차그룹은 주력 기업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답게 장애인 이동 편의를 돕는 이지무브를 비롯해 교통안전문화 확산을 꾀하는 세이프무브 등 4대 무브사업을 사회공헌사업으로 정했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하면 더 전문성을 발휘하기 좋을 것’이라는 고민이 담긴 선택이었다.
SK그룹은 사회적 기업을 테마로 잡고 2006년부터 ‘행복도시락센터’, ‘메자닌 아이팩’, ‘고마운손’ 등 사회적 기업 설립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에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 사업단을 구성했다.
○ 외부 단체 전문성 빌리는 ‘분업’도
롯데그룹은 계열사별로 분야를 달리한다는 특화 전략과 해당 분야 비영리단체(NGO)의 도움을 얻는다는 방향으로 사회공헌에서 전문성을 높였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저소득층 아동을 돕기 위해 롯데백화점이 환경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프리프리 아토피’ 사업이나, 롯데홈쇼핑이 열린의사회 소속 의료진과 함께 지역 무료 의료봉사를 펼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건설은 건설업이라는 업계 전문성을 십분 살려 임직원들이 직접 저소득 가정을 방문해 ‘희망의 집수리’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롯데건설처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도 건설업이라는 업(業)의 전문성을 사회공헌활동에서 살렸다. 삼성물산은 2000년부터 한국해비타트를 도와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해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2007년부터 낙후 지역이나 아동복지시설의 놀이터를 개선해 주는 ‘푸른사랑 놀이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30년 동안 10만 명에게 장학금
대한항공은 중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하며 ‘이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사회공헌활동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중국 어린이 교육과 환경 문제에 집중하기로 한 이 회사는 2008년부터 중국 어린이에게 도서관, 컴퓨터, 책을 기증하고 현지 나무심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업장 근처 지역 공동체를 돕는 사회공헌활동을 택하는 것도 지속성을 담보하는 좋은 방안이다. 매일 오가며 봐야 하는 풍경을 어느 순간부터 외면하기도 힘들뿐더러 사회공헌활동 중에 사람들 사이에 여러 가지 관계도 저절로 생기기 때문이다. LS그룹에서 LS전선, LS산전 등은 사업장 주변 하천을 청소하는 ‘1사 1하천 가꾸기’ 캠페인을 1995년부터 실천해오고 있다. 전주에 공장이 있는 LS엠트론은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 등을 후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