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 사회부 기자
11, 12일 본보 취재팀이 만난 중랑구 주민들은 “서진환이 전자발찌를 찬 채로 두 번이나 성폭행을 저질렀고 경찰은 전자발찌 착용자 행적조회조차 제때 안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창문까지 걸어 잠그고 딸 가진 부모들은 해가 지면 안전을 확인하는 전화 하기 바쁘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제 경찰은 믿지 못한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키겠다”며 자율방범대를 만들어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거짓말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신경문 서울 중랑경찰서장은 10일 밤 본보 기자에게 “보호관찰소에 전자발찌 착용자의 동선을 요청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 분명해 요청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데 이어 12일에는 상부에 허위보고까지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통영과 나주 성폭행사건에 대해 “정부를 대신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3일에는 김기용 경찰청장이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방범비상령을 선포했다.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한 탓도 있지만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 크다.
한 범죄자가 연이어 흉악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경찰이 철저히 수사한다는 믿음만 있어도 국민의 불안감이 이렇게 크지는 않을 터다. 경찰은 대통령이나 총수가 또 나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봐야 거짓말 행진을 멈출 것인가.
서동일 사회부 기자 dong@donga.com